지난해 4억원 상당의 건물을 건국대에 기증했던 할머니의 미담사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이 사연의 주인공 이순덕(79) 할머니는 지난달 2억원을 대학에 기증해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기증한 2억원은 월남 후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 두고 온 두 여동생을 위해 모아온 재산이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김밥 할머니들이 이어 간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이는 자신은 못 입고, 못 먹으면서도 일평생을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기부행위가 한국 기부문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 듯 싶다.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만이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어렵게 벌은 쌈짓돈을 좋은 일에 써달라며 선뜻 내놓으시는 어르신들은 한국 기부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기부활동이 일상이 된 나라다. 개인 기부액이 전체 기부액의 70%를 이룬다고 하니 미(美) 전역에 기부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을 상상할 수 있다. 반면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기부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하니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내 형편이 나아지면 그 때 남을 도와주겠다’, ‘나 살기도 힘든데 남을 어떻게 도와주겠는가?’등의 말로 많은 국민들이 얘기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본인의 형편이 돼야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고 또 도와줄 마음도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침체와 양극화 문제, 청년실업 문제 등은 시민들 마음의 빗장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그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아쉬운 마음이 남는 건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부를 고액의 물질적인 것 내지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꽤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기부란 작지만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이다. 가령 자선단체에 자신이 소장한 책이나 생활용품 등을 제공하거나, 매달 형편껏 얼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여러 방식을 통해 들어온 기부금 내지 물품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백분 활용될 수 있도록 각 자선단체들은 활동 내역에 투명성을 유지토록 힘써야 한다.
또 이를 위해 기부금을 가지고 어떻게 사용하였는지를 자사 홈페이지 내지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상세히 알려나가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일도 필요하다.
받는 것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고들 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역시 ‘자선이라는 덕성은 이중으로 축복받는 것이다.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 중에서 최고의 미덕이다’라고 칭송했다. 타인을 위한 조그마한 정성이 결국은 타인뿐 아닌 본인의 기쁨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올해 병술년(丙戌年) 개띠 해에는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처럼 개(犬)와 같이 열심히 일하며 존경받는 정승처럼 ‘기부’라는 의미있는 일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주 한 병, 커피 한 잔 등의 값을 절약하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큰 기쁨을 만들어보자. 올해는 작지만 큰, 지속적이며 일상적인 기부의 기쁨을 대다수 국민이 느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기부의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장 진 영(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홍보담당)
기부의 의미
입력 2006-02-0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6-02-0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