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우리 나라 학생들의 협동학습(cooperative learning)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2000∼2001년 OECD 국가 등 41개국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OECD소속 21개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더 협동학습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가? 인적자원이 최고의 자원이라던 우리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이렇게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 성장하게 될 때 국제화 시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또한 어찌해야 할 것인가?
두뇌의 발달은 3살이 되기 전에 대부분 이루어진다. 어른들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어린아이의 뇌세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시냅스들이 활발히 연결되어 뇌의 형태가 갖춰지는데 한 번 형성된 뇌는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36개월이란 짧은 기간동안 어린 영유아는 생각하고, 말하고, 배우고, 판단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성인으로서의 가치와 사회적 행동의 기초를 확립하게 된다.
사람은 뇌가 움직임으로써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를 내고 불안에 빠진다. 그리고 사물을 생각하고 그 생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뇌가 죽음을 맞이하면 그런 행동도 동시에 정지한다. 지성이나 감정, 의지는 뇌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사람에게 희로애락의 감정을 부여하며 지성과 의지를 가져다준다. 그와 동시에 마음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 병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런 것은 모두 뇌에서 나오며 뇌는 마음의 출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교육의 원점은 '마음의 조기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 유아교육이론의 각축장이 되어 있다. 또한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습지가 이렇게 많은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온 정성으로 교육시키고 있건만 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으며, 왜 협동학습 능력이 꼴찌가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교육이 전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선생님에 의해 주입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적 교육만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변태적'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풍토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은 마음이 찌들어가고 있으며, 뇌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라! 얼마나 눈이 빛나고 의욕적인 모습인가! 영유아기에는 지각신경과 운동신경이 같이 발달해 간다. 많이 움직이고 활동한 아이들이 뇌의 발달도 활발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정이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과연 아이들이 마음껏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 다쳤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원망(?)을 들을 것을 꺼려해 바깥놀이를 잘 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영유아는 모든 면에서 미숙하기 때문에 실수나 시행착오를 많이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그 실수와 시행착오를 통해 영유아는 삶의 기술을 터득해 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영유아들에게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정이든 어린이집이든 혹은 유치원이든 하루에 1시간이라도, 아니 단 30분이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를 되살려 주고 많이 칭찬하고, 행복하게 해주어 이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의욕을 키워주자. /김영희(동남보건대학 보육과 교수)
세살 두뇌 여든 간다
입력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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