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군부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한 분으로부터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일상 업무가 바쁘지만 틈나는대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차에, 마침 어학교재를 구매하라는 전화권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상담을 해 주는 텔레마케터의 설명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의 집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 주었다고 했다.
 
며칠 후 집에 도착한 어학교재를 보니 자신이 독학으로 공부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어서 계약을 해지하고자 전화했더니 이미 결제가 된 상태라서 해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제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결제가 가능할 수 있느냐고 따지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부대내 기무부대에 연락해서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음날부터 '민간인이 이기는지 군인이 이기는지 한번 해 보자’며 핸드폰 문자로 협박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명백히 부당한 전화권유 판매에 해당한다. 비록 일부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부당판매를 강요하는 예가 없지않다. 군인, 공무원 등 외부적으로 고의성여부에 상관없이 문제를 야기시킨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더욱 기승을 부린다.
 
부당한 전화권유판매에 대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상품구매의 확신 없이 함부로 집 전화번호나 주소를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또한 위 사례처럼 핸드폰에 협박성 문자를 받았다면 메시지를 그대로 저장하여, 개인정보피해구제센터나 경찰서, 또는 소비자단체에 신고하도록 한다. 또 분쟁발생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어떤 때는 전화권유판매도중에 신용조회를 해 준다며 고객의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고 한다. 신용조회를 해 준다는 말에 속아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주었는데 나중에 대금청구서가 날아와 당황하는 일도 있다.
 
신용카드의 경우, 비밀번호만 잘 간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전화권유판매는 수기특약이라고 해서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알려줘도 계약이 성립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두고 많은 분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후에 다시 한번 확인전화를 해 주는데, 소비자로서는 이 때가 계약여부의 마지막 선택기회이기 때문에 원치 않으면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간혹 학습교재 등을 신청하여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계약이 이루어지는 일도 있다. 이것은 판매회사가 없어지면서 다른 회사에 정보를 넘겨주고 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평범한 사항이지만 통장의 출금란을 정기적으로 확인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약이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화권유판매는 편리한 판매수단인 만큼 급속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파급되고 있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허점도 있기 마련이다.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충동적으로 구입하여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발생할 소지가 클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자신의 구매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고, 가급적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우물쭈물하는 행동은 오히려 판매자의 상술을 파고들게 하는 틈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피해예방 상식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한 보호수단이 된다. /권원기(한국소비자연맹 경기지회장·신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