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에 사는 오모씨는 운영하던 가게의 매출부진으로 급전이 필요하게 되었다. 마땅히 은행대출을 할 만한 곳도 없고 해서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를 발견하였다. 다른 업체보다 이자가 싸고 상환조건도 좋아서 전화를 걸었다.

 업체에서는 친절하게 상담해 주면서 신분증을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다. 팩스로 신분증을 보냈더니 신원확인이 되었다면서, 이번에는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직접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의심 없이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일러 주었다.
 며칠 후에 대출이 된다고 해서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차에 갑자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라는 것이었다. 워낙 급전이 필요한터라 할 수 없이 수수료 명목의 돈을 입금하였지만 그 후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미 업체전화는 폐쇄되고 직원들은 모두 종적을 감춘 후 였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급전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틈을 노려서 인터넷이나 일간지, 생활정보지 등에 대출을 해준다고 유혹하면서 불법 카드할인, 일명 카드깡을 통해 30%정도의 높은 수수료를 챙겨 달아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선수금을 받아 가로채는 일도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금융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하고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는 경우, 둘째, 대부업자가 실제와 다른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혹은 가족을 비롯한 관계인의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경우, 셋째, 정부허가나 등록을 받은 업체임을 강조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정· 관계 유명인사를 거론하는 경우, 넷째, 영업방식이나 주소 및 장소를 수시로 바꾸는 경우, 다섯째, 타인 명의로 영업을 하면서 구두계약을 요구하거나 현금거래 또는 영수증을 미교부하는 경우, 여섯째, 신분보안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거래기록을 남기지 않는 등의 영업을 하는 경우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금융사기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절대 신용카드 등의 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야 한다. 또한 대부업체가 관할 시·도에 대부업 등록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계약서와 영수증 등 관련증빙서류 처리를 명확히 하도록 한다. 여기에 자신의 식구나 친척 등과 관련된 사람의 인적사항을 요구할 때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금융사기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자주 발생한다.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요즘 또다시 금융사기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피해 확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유출에 더욱 주의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수수료나 세금 등의 명목으로 선송금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유사한 거래 제의를 이메일과 같은 통신으로 받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 또는 가까운 소비자단체에 문의하도록 한다. 우리 모두 항상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어 각종 피해를 예방하는 지혜를 지녀야 하겠다./권원기(경기소비자연맹 회장·신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