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경기지부, 한교조경기지부 등 경기지역교원노동조합이 지난 25일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돼오던 이른바 '0교시'가 폐지됐습니다. 물론 이 협약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요구라는 이유로 '0교시'를 종전처럼 강행하는 사립학교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든 대다수의 학교들이 이 문제가 불거진 이달초부터 폐지를 서둘렀습니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들이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오전 7시20분 이전에서 30분~1시간 늦춰진 오전 8시 전후로 바뀌었습니다. 또 단체협약의 주요내용 가운데는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과 밤 10시 이후의 심야자율학습의 금지가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0교시'를 폐지하면 학생들이 아침밥도 거르지 않고 잠도 충분히 자서 학교생활에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 녀석도 항상 등교시간에 맞추다 보면 아침밥을 못 먹고 학교에 가는 경우가 많아 하루종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녀석의 말로는 '0교시'가 끝나는 시각이면 학교매점이 長蛇陣을 이루는 등 아우성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아침을 굶고 온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죠. 이제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냥 졸고 있는 학생들을 방치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들의 모습도요.
그러나 막상 '0교시'가 폐지되면서 문제가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후 수업시간은 늘어난 반면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부담만 커졌다는 학생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0교시'가 폐지되기 전 고등학교에서는 정규수업 6~7시간과 EBS수능강의를 듣는 등 보충수업 2시간을 합쳐 하루 10시간에 가까운 수업을 했으나 폐지 이후 바뀐 일정에 따라 정규수업이 30분 정도 빨라진 대신 폐지된 0교시가 오후 정규수업 시간으로 포함돼 버렸다는 것입니다. 0교시는 명목상 폐지됐지만 실제로는 오후 수업으로 '이동'한 것에 불과한 셈이라는 것이지요.
0교시 폐지로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교측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답니다. 교육부의 지침과 단체협약대로 0교시를 폐지했지만 일부에서는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일부 사립학교와 0교시를 폐지한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것과 아침밥을 먹고 잠을 더 잔다고 해서 학습능률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대다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0교시 무용론'이 정부가 사전에 0교시 폐지와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응입니다. 따라서 〃0교시' 폐지의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대책이 없어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 수업시간을 명확하게 정해주고 계절에 맞게 수업일정을 조정하는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중학교에 다니던 70년대 초반에도 '0교시'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아침 일찍 등교해 보충수업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가지고 밤 10시까지 강제적(?)인 자율학습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아들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효과도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번 '0교시' 페지와 강제적인 자율학습급지조치도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개선,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준구전문기자의 교육현장] '0교시' 폐지와 보충수업
입력 2004-06-30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4-06-3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