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송혜교(23)는 슬픈 멜로의 여주인공이었다. 현실에서 말이다.

1년 4개월간의 열애. 상대 역시 이병헌이라는 톱스타였던 까닭에 대한민국이 다 아는 러브 스토리였다. 한 달 전 이들은 할리우드 톱스타들처럼 이별을 공식 발표했고, 송혜교는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젊은 여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그에게도 어울렸다. 14일부터 방송될 KBS 2TV '풀하우스'(극본 민효정, 연출 표민수) 촬영장인 인천광역시 옹진군 신도리 야외 세트장에서 만난 송혜교는 사람들의 눈을 또렷이 맞추며 자신이 하고 있는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제가 '풀하우스'의 엘리 역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엘리는 174㎝의 키에 깡마를 정도로 호리호리한데, 전 키도 작고 글래머라고 생각하시잖아요"라고 말문을 열며 웃는다.

"지난번 '햇빛 쏟아지다'도 청순한 이미지에 묻혀 있는 것과는 달라 선택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처음 생각했던 면이 사라져 아쉬었습니다다. 다만 류승범, 조현재 등 제 또래 배우와 호흡을 맞춰 즐겁게 연기했죠."

그리고 곧바로 캐스팅된 '풀하우스'에서 만화 원작 속의 엘리 역인 한지은을 맡았다. 단순하고 쾌활한 성격에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거침없는 여성이다. 그는 정지훈(예명 비)과 김성수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수호천사'나 '가을동화'를 할 때는 원래 내 성격 그대로였어요. 내성적이고 낯선 사람과는 말도 별로 못했죠. 그런데 '햇빛 쏟아지다'를 마치고 발랄한 연기를 하는 '풀하우스'에 와서 말도 많아지고, 실제 성격도 밝아졌어요."

한달 전 이별을 발표한 여자답지 않은 말이다. 의연해지고 담담하게, 때론 밝은 웃음을 섞어 가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 '풀하우스'를 봤어요. 그 때 남자 주인공인 라이더에게 얼마나 빠져 있었던지 꿈에서 만나기까지 했으니까요. 라이더를 꿈꾸다 밖에 나가서 현실의 남자를 보면서 많이 깨졌죠. 하하."

상대역인 비보다 한 살 많다. 김민종, 이병헌 등 10년 남짓한 선배들과 연기하다 또래 배우에 이어 이제 연하와 파트너가 됐으니 제 나이를 찾아가는 것 같다.

"첫 촬영이 태국에서 있었는데 4일간은 촬영 외에 개인적인 말은 안했어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소속사 식구들이랑 함께 저녁도 먹으면서 차츰 편하게 됐죠. 이젠 친구처럼 지내요."

그의 상대 배우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상두야 학교 가자'를 보지 못했는데 다들 잘 하셨다고 그러대요. 근데 진짜 잘해요."

표민수 PD는 송혜교를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어떤 모습이든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배우라는 뜻.

"슬픈 멜로가 아니어서 좋아요. 시청자들이 보시면서 웃음만 지어준다면 만족이에요. '풀하우스'가 미소를 띨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치 현실에서도 하루 빨리 자연스럽게 함박웃음을 띠기를 바라는 것처럼. 참고로 그의 매니저는 기자들을 만나기 전 이병헌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