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숱한 논란을 빚었던,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를 그린 독일 영화 '몰락'이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선정돼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카데미상 선정위원회는 25일 독일 영화 '몰락(Der Untergang)' 등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5편을 비롯해 각 부문 후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독일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이 영화가, 더욱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해방 60주년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아카데미상 후보로 선정되자 독일 언론과 영화계는 미묘한 흥분을 하고 있다.

베른트 아이힝어가 제작하고 올리버 히르쉬 비겔이 감독한 '몰락'은 1945년 베를린이 소련군에 함락되는 마지막 열흘 동안의 긴박한 상황과 지하 벙커로 피신한 히틀러 등 나치 지도자들의 최후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히틀러의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의 회고록을 각색하 이 영화는 몰락한 지도자로서 히틀러의 인간적 면모를 그려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개봉 이후 독일 국내외에서 큰 논란을 빚었다.

그동안 독일에선 히틀러라는 이름 자체가 금기시되었으며, 그를 등장시켜도 '악마'나 '괴물'로서만 그려온 상황이어서 독일 언론은 "벌써 히틀러를 인간으로 묘사해도 좋은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과 지지자들은 히틀러를 괴물이나 태어날 때 부터의 악인으로만 보는 시각은 오히려 한 인간과 집단이 어떻게 권력과 집단광기에 도취돼 전대미문의 죄악을 저지르는 지를 깨닫거나 교훈을 얻을 수 없게 만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제 나치 비판은 지긋지긋하다"는 일반의 정서나 "우리가 패전했기 때문에 수모를 겪는다"는 독일 극우파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 및 인간 비극과 내면을 뛰어나게 그린 영화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제작사인 콘스탄틴영화사의 프레드 코겔 사장은 아카데미상 후보 소식에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이라며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영화업계 최고의 상 후보에 오른 것 만 해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2년에는 독일 영화 '아프리카 어디에도 없다(Niergendwo in Afrika)'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몰락'과 함께 후보에 오른 영화는 스페인의 '바다의 속(The Sea Insid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제(Yesterday)', 프랑스의 '합창 가수(Les Choristes)', 스웨덴의 '천국에서 처럼(As It is in Heaven)' 등이다.

또 몽골 고비사막에서 장기간의 어려운 촬영으로 주목을 받은 뮌헨 TVㆍ영화학교와 바이에른 방송국의 공동 제작 영화 '우는 낙타의 이야기(Die Geschichte vom weinenden Kamel)'가 다큐멘터리 영화상 후보에 선정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