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나란히 브라운관 앞에 앉아서 "맞아, 맞아"를 외치는 드라마가 있다.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점을 새롭게 공감한다. 팍팍한 현실을 돌이켜보며 눈물짓기도 한다.

최근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등 급상승세인 SBS 드라마 '불량주부'(극본 강은정ㆍ설준석, 연출 유인식ㆍ장태유)가 만들어 내고 있는 풍속도 가운데 하나다.

드라마는 남성우월주의자인 남편 손창민이 집안 살림을 맡게 되고 전업주부 아내 신애라가 바깥 일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부부의 전통적인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가정. 그 속에서 새콤달콤한 이야기를 눈코 뜰 새 없이 뽑아내고 있는 작가 강은정, 설준석을 어렵게 만났다. 두 사람의 작업실이 있는 홍익대학교 근처의 한 카페에서다.

강은정 작가는 작년 최고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공동 집필했고, 설준석 작가는 영화 '마들렌'과 '잠복근무'의 시나리오를 맡은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은 이 드라마 외주제작사인 올리브나인에 나란히 소속돼 있다.

--한 사람은 히트 드라마 직후다. 또 한 사람은 이번이 드라마 데뷔다. 부담이 컸겠다.

▲'파리의 연인'에 이어 곧바로 연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해 보고 싶은 장르가 많다. 스토리에 힘이 실리지 않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강은정, 이하 강)

▲영화와 표현방식이나 호흡이 달라서 부담이었다. 공동집필 경험도 처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가고 있다. (설준석, 이하 설)

--둘 다 미혼인데 부부의 에피소드가 무척 실감난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대본을 쓰기 전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 선배와 가족들의 조언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중 캐릭터에 집중해서 '이 상황이라면 캐릭터는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고민하는게 중요하다.(설)

▲부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마지막 전쟁'과 영화도 많이 봤다. 원작 만화인 '불량주부의 일기'에서는 주인공 캐릭터 외에는 거의 가져 온 것이 없다. '비빔툰'이라는 만화에서 가족적인 정서과 감수성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강)

--집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균형 찾기다. 멜로와 로맨스, 코믹과 감동, 수직과 수평적인 가족 관계에서 절충해야한다. 한 곳으로 치우치면 미묘한 긴장감이 사라진다. 감동이나 웃음 모두에서 억지스러움을 배제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펑펑 우는 게 아니라 뭉클하게 하기 위해 애쓴다.(설)

▲친구, 동료의 수평 관계나 시댁 등 수직 관계를 모두 다루면서 그 사이에서 황금비율을 찾기가 어렵다. 기획 당시 손창민도 코믹한 캐릭터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판단에 현실성을 갖도록 완전히 뜯어 고쳐졌다.(강)

--주변 에피소드가 드라마에 반영된 경우가 있나.

▲통장의 돈이 '강서방'으로 인출되는 것을 보고 손창민이 놀라는 장면이 있다. '강서방송국'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에피소드다. 후배의 실화다.(설)

--드라마를 시청하는 부부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부부가 역지사지하고 서로 대안을 함께 찾게 하기 위해 설정한 장면들이 있다.(설)

▲부부가 일과 육아를 완전히 함께 하는 가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형태로 가기 위해 손창민과 신애라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강)

--글을 쓰면서 애초 기획과 달라지는 부분은.

▲부부 사이에도 멜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게 됐다. 종전 드라마에서 부부의 멜로는 불륜으로 연결되고는 했다. 드라마에서 손창민과 신애라는 시간과 공간의 엇갈림 속에서 멜로의 감정을 교환한다. 두 사람이 나중에 별거를 하면서 이런 감정은 더욱 두드러진다.(강)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원래 인간미가 넘치는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자연스러운 인간미가 드러나는 것 같다.(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