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김수로가 웃기고 신구가 울린다.

웃고 울리는 극단적인 감정이 일련의 슬랩스틱 코미디 속에 버무려져 있다. 그런 영화가 범작들에 비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소재 덕분이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기에 가능한 '통일 자작극'을 휴먼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것이 소원인 실향민 김노인(신구 분)이 어느날 몸져눕는다. 설상가상으로 간암 말기 판정을 받는데, 그와 동시에 그에게 50억원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사채업자에게 쫒기는 큰 아들(감우성 분)로서는 희소식.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통일이 되야만 그 재산이 자식들에게 상속된다는 점이다.

'간큰가족'의 자작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50억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통일이 된 것처럼 꾸며야하는 것. 큰 아들은 3류 에로비디오 감독인 동생(김수로 분)에게 가짜 통일 뉴스를 만들게 하고 자작극을 시작한다. 그러나 다분히 한시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이 자작극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다. 병상에서 오늘내일 하던 아버지가 가짜 통일 뉴스를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조명남 감독의 1997년 당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우리의 소원은'에서 출발한다. 항간에 떠도는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2003년)과의 표절시비를 일거에 잠재우는 증거.

그러나 둘 사이의 표절 시비는 애초부터 무의미하다. 통일된 독일을 무대로 여전히 분단 상황을 꾸미는 '굿바이 레닌'이나 그 반대를 그린 '간큰가족'의 이야기는 한민족,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 특수 상황 속 보편적 상상인 것이다.

사실 영화는 '소동극'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한바탕 소동은 몸으로 때우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이어진다. 통일뉴스, 남북 탁구대회, 평양교예단 공연 등 통일된 조국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김 노인의 바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족들은 몸을 던져가며 진땀을 뺀다. 다행히 이들의 가감없는 코미디는 식상함 보다는 정겨움을 안겨준다.

변장한 가족들끼리의 가짜 탁구시합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공도 없이 탁구 대회를 벌이는 광경은 그중 빛나는 아이디어. 김 노인의 시력이 나쁜 것에 착안, "공이 너무 빨라 안 보이는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사는 소재의 신선함을 뒷받침해나간다.

소동극인만큼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가 극을 좌지우지 하는데, 이 점에서 코믹 연기의 달인 김수로와 성지루의 화합은 기가 막힌다. 에로 비디오 감독을 하다 한순간에 통일 자작극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하게 된 김수로는 영화 내내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기가막힌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스크린 속 그는 힘들어 죽겠지만 그 노력은 웃음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웃음의 반대편에는 베테랑 배우 신구의 연기가 놓여있다. 북녘 가족을 향한 '단장의 슬픔'이 결코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그의 진심어린 연기력 덕분이다. 코미디를 즐기러 온 관객들도 잠깐이나마 어색하지 않은 감동을 받을 듯.

다소 늘어지는 허점이 있긴 하지만, 조폭이 등장하거나 조폭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도무지 자신 없어하는 한국 코미디 영화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작품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