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의 컨테이너화와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인천항은 항로 준설 등 열악한 기반 시설 때문에 앞으로 항만 경쟁력이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항만업계에선 인천항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 한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포트 세일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17일 인천지역 선사 등 항만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물의 컨테이너화 추세와 함께 원가절감을 위해 선사들이 4천~8천 TEU급 대형 선박 건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컨테이너 선박들은 월드 와이드를 제외하곤 4천 TEU급을 건조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세계 각국의 물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박 대형화 추세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에도 불구하고 인천항은 여건이 열악해 점차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오는 7월 개장 예정인 남항의 ICT(인천컨테이너터미널)가 14m로 최고 수위일뿐 인천항의 수심이 대부분 12m 미만이어서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입출항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또 ICT 역시 팔미도에서 들어오는 접근항로의 경우 수심이 10m 내외에 불과해 조수간만의 차를 감안, 선박을 접안해야 하는 등 당장 부두 운영의 난맥상이 우려되고 있다.

선사들은 “지난 70년대 이후로 인천항만에 대한 투자가 별로 없어 대형 선사들의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며 “컨테이너 선박들이 급속도로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인천항은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부산항이나 광양항은 물론 중국 경쟁 항만들의 경우 대부분 항로가 15m 이상의 수심을 확보하고 있어 인천항에 비해 항만 경쟁력에서 앞섰다. 이밖에 각종 하역 장비 부족과 열악한 항만 시스템 등도 인천항만의 경쟁력을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천항만은 고비용, 저효율의 내항 체제에서 최근 남항 개장을 앞두고 외항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항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더욱 시급하다.

인천항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기본적인 항만 시설도 안돼 있는 상황에서 부산, 광양 등지와 함께 트라이 포트를 형성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지금까지 대형 선사들이 인천항만을 외면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빠른 시일내에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