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 지역은 급속하게 팽창하는 도시 성격이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면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천타천으로 나서는 출마 희망자들이 대부분 지역 토박이가 아닌 외지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심을 가르는 지역 주민들과 출마 희망자들간 괴리가 심한 편이다.

더욱이 각종 택지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는 지역이다 보니 표심의 향방도 읽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주민으로 여겨질 만큼 변동이 매우 큰 곳이 바로 계양지역이다. 여기에다 주민 대부분이 거주지만 계양에 두고 일터를 서울에 갖고 있는 '침대족'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지역 문제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도 출마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은 뭐니뭐니 해도 선거구 분구 문제다. 현재 단일 선거구지만 인구가 37만명을 넘어서 차기 총선에서 분구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국회가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면 계양은 시의원 선거구 기준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계양구 선거구는 계양·계산과 작전·효성 선거구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분구가 확실시됨에 따라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 대다수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각자 분구의 이해득실을 따져 향후 어느 곳으로 도전할 지를 정하려고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일찌감치 자신의 거취를 정하고 지역 바닥을 훑으며 표심 다지기에 한창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현재 계양지구당 이상권(49) 위원장과 김해수(45) 인천시지부 부대변인이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해 선거구를 누비고 있다.
 
이 두사람은 분구에 대비해 철저한 역할분담으로 표밭을 다지고 있는 게 특징. 이 위원장의 경우 계양·계산, 김 부대변인은 작전·효성에 출마하는 쪽으로 잡고 벌써부터 선거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지구당을 이어받은 이 위원장은 인천지검 부장 검사출신. 요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깨끗한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지난 80년대 노동운동권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386세대. 그는 과거 안상수 전의원의 보좌관으로 지역에서 활동했던 점을 앞세워 작전·효성지역 표밭다지기에 분주하다.

최근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송영길(40) 의원 외에 이렇다 할 출마 희망 주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국회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며 입지를 착실하게 다지고 있다. 과거 386세대의 대표주자로 이라크 파병 반대에 앞장서는 등 '소신있는' 정치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선거구가 나뉘면 계양·계산지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 이 위원장과 한판 대결을 벌일 경우 격전이 불가피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익진(63) 전 계양구청장도 총선 출마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구청장선거에서 떨어진 뒤 '국민통합 21'에 입당했던 그는 최근 민주당 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에서 지구당위원장직을 맡길 경우 당장이라도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계양지역 민주당의 '적통'임을 자부하는 박형우(47) 전 시의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지난 구청장 선거 당시 민주당내 경선에서 이익진 전 구청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혈전 끝에 석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이번 총선이 자존심 회복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계양지구당 김국래(39) 위원장의 등장도 지역 정치권의 관심거리. 지난 7월 민노당 계양지구당을 창당한 그는 각종 노조와 지역 양심 인사 등을 대상으로 다리품을 팔고 있다. 인천대 85학번으로 오랫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쫓겨 다니던 그는 민노당을 통해 제도권 안에서 바른 세상을 실현하겠다는 꿈을 안고 있다. 최근 공무원 노조 등을 중심으로 기반을 넓혀가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이처럼 계양지역의 경우 선거 판도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외지인의 거센 바람에 도전하는 지역 토박이, 또 보수와 진보 등 이념·지역적 성향이 복잡하게 얽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지역은 전체 유권자의 30%가 충청권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호남이 거의 비슷한 분포로 거주하고 있어 출마자들은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유동성 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표심을 읽어 내는 것이 내년 총선의 핵심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