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어지럽다. 개원하면 민생경제부터 우선 챙기겠다던 17대 국회는 법정 개원 시기를 두 주나 넘기면서도 원 구성을 하지 못하고 첫 세비는 제대로 챙겼다. 밥그릇을 놓고 정치적 기(氣)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주변은 온통 우울한 소식 투성이다. 떨어지던 청년층 실업률이 다시 올랐다. 추가파병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더니 이라크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무역회사 임시직원으로 채용되어 나간 젊은 청년이 무장괴한들에게 인질로 납치되어 구명을 호소하고 있다. 어려움에 직면한 한·미관계, 일자리가 좀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파업 등 노동계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 데 신행정 수도 이전 문제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법리 공방으로 소모적 정쟁만 일삼고 있어야 할 때가 아니다. 시급히 풀어가야 할 민생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16대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해 벌어진 일이다. 이미 특별법은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했고 예정지역은 발표되어 8월이면 확정될 것이라는 수순이다.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에 기초하여 발의된 수도 이전문제가 간단치만은 않은 일이다. 수도권 시·도·군의회는 절대 반대라는 결의를 하고 목소리를 높여 여론화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한 나라의 축(軸)을 옮기는 일이라 결코 법 하나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겠다고 대통령에게 밝혔지만 올 경제 성장률이 5%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제예측이다. 소시민들이 모인 술자리에선 “IMF 때보다 경제가 더 안 좋다”고 위기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가 집단논리나 다수결로 결코 움직이진 않는다. 국론분열 양상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국회의 대통령탄핵소추 의결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국회 통과가 반드시 국민적 합의는 아니다”라는 것만은 분명해 졌다. 당리당략에 의거 의결되는 국가적 사안에 대하여는 추가적으로 국민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나라당은 법제정 당시 원내 다수당으로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을 공식사과하고 갈팡질팡하는 당론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중요 사안에 대하여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는 얼마나 큰 장애를 가져오는 가를 보여 준 한 단면이다.
 
63%에 이르는 초선의원들은 국민적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기성정치인들의 회유나 당의 일방적 결의에 뒤쫓지 말고 소신 있는 정치적 행동을 해야 한다. 줏대가 있어야 그것이 달라진 새 국회상이 아닐까.
 
고유가와 내수 부진 같은 대내외적 악재와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경제도 안갯속이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가 급박하다. 소모적 정쟁은 이제 더 이상 하지말고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민생경제'에 올인 하기 바란다. 국민은 지금까지 신행정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찬반을 결정할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했다. 순리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찾아가는 문을 찾자. 오기와 독선은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이자 암이다. 실종된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 첫째다. 더 이상 국민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김 훈 동(수원예총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