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유대감을 만드는 문화축제
입력 200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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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계절이다. 추석명절도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세시풍속과 역사는 곧 그 나라 그 민족의 정신의 소산이자 문화의 씨앗이 아닌가. 지역마다 가을에 집중되어 있는 각종 예술문화축제의 막이 열린다. 이제 가을은 깊어가고 어쩐지 시라도 한 수 읊어보고 싶은 요즘, 무엇보다도 각 지역의 특성이 가미된 지역축제를 찾아보는 일도 뜻있는 일이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일수록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행사내용일 때 더욱 그렇다. 이 때 축제는 맥이 풀리게 된다. 축제는 어떤 상징적 표현을 통해 공동체의 역사적 의미를 깨닫는 집단행위로서, 참가자들의 대동성(大同性)을 도모하기도 한다. 어떤 축제든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잘 확보했을 때 지역경제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축제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의 창달과 보급, 지역이미지 향상,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수원시는 김용서 시장이 이끄는 방문단이 일본 동북지역 아오모리시의 네부타 축제와 하치노헤시의 수레를 이용한 다시 축제를 벤치마킹하러 다녀왔다. 관계공무원과 시의회의원, 예술문화단체장, 화성문화제 기획위원 등이 동행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내용의 수원화성문화제를 만들어 낼까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특이한 기획을 위해서는 치열한 고민이 드러나야 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 안 된다. 일본은 마쓰리(축제)의 나라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는 마쓰리가 1년 내내 일본열도 어디에선가는 열린다. 한 마을의 잔치, 사회집단의 잔치라고도 풀이할 수 있는 마쓰리는 그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일본 특유의 공동체 의식을 배양하고 키워낸 의례다. 신사(神社)나 절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것을 빼고는 상당수가 객지에 나갔던 사람들이 귀향하는 여름철에 열린다. 광기의 정열을 분출하여 유대의식을 재확인하는 마당이다. 등불을 소재로 활용한 방문지역의 독특한 축제는 주민들을 한데 끌어모으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상인번영회와 같은 이익집단의 이익추구와 연결된 판촉활동의 성격도 읽을 수 있었다. 참여한 구성원은 물론 도로변에 질서정연하게 자리한 주민이나 관광객 모두가 참여를 통해 하룻저녁의 흥분을 불태우면서 공동체에의 귀속의식을 강화하는 데 충분했다. 그것이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한 지역에 사는 사람과 사람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굳게 하는 매개역할을 한다.
미래의 여가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들이 다양한 관광활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축제가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잠시 벗어나 짧은 휴식과 오락적 여흥을 즐기는 기능이 강화되어 삶의 축제, 생활의 축제로 변모되었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는 더 이상 주민들만의 자족적 행사가 아니라 외지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관광축제로 발돋움 돼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지혜를 짜내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훈동(수원예총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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