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국내 극장가에 사무라이들의 칼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치고 있다.

할리우드 미남 스타 톰 크루즈를 주연으로 내세운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9일 일제히 간판을 내거는 데 이어 30일에는 일본의 거장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에 주연까지 맡은 '자토이치'가 가세하고 2월에는 프랑스와 일본의 합작영화 '사무라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음양사', '킬 빌', '바람의 검 신선조' 등이 차례로 상륙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제 국내 영화관에서 기모노 차림으로 일본 검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달에 선보이는 사무라이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화제작인 데다 올해부터 일본 영화가 전면 개방됐기 때문에 사무라이 칼바람이 빚어낼 여파는 전에 없이 거세고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메이지(明治) 천황이 무사들의 바쿠후(幕府) 권력을 누르고 열도의 지배자로 나선 187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전투를 그리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술로 소일하던 미군 대위 네이든 알그렌은 일본 고위 관료의 제안을 받고 태평양을 건너와 천황군을 신식군대로 조련한다. 그러나 전투중 가쓰모토 부대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사무라이 정신에 매료돼 이들과 함께 최후의 결전을 이끈다.

벽안의 미국 배우가 일본식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이색적이며 칼과 활을 앞세운 사무라이 부대와 총포로 무장한 천황군의 전투 장면도 볼 만하다. 지난해 12월 4일 미국과 일본에서 개봉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는 1960년대부터 만화, TV 시리즈, 영화 등으로 숱하게 선보였던 맹인 검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관객상을 차지했으며 부산 영화제에서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도박과 마사지로 생계를 이어가던 맹인 방랑자 자토이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게이샤 자매를 위해 긴조 일당과 결투를 벌인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시대극이면서도 현대를 배경으로 삼고 탭댄스로 라스트 신을 장식한 기타노 다케시의 자유분방한 발상이 돋보인다.

'사무라이'는 프랑스 유명 제작자 마크 미소니에와 올리비에 델보스크가 자국의 신인감독 지오다노 게데리니, 홍콩의 무술감독 필립 곽과 촬영감독 토니 청, 일본의 음악감독 가와이 겐지 등을 모아 만들어낸 다국적 퓨전 액션 사극. 일본, 홍콩, 대만 등을 오가며 무술 배우로 관록을 다진 구라타 야스아키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사무라이 가문의 세력 싸움이 한창인 일본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을 물리치기 위해 주문으로 악마를 불러냈던 쇼군은 그를 지옥으로 돌려보내려다가 실패한다. 시대는 바뀌어 21세기,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과 연관된 살인사건이 잇따르자 모리 형사가 수사에 나서는데 범죄집단의 배후에는 500년 전 비밀이 얽혀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