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3일 개봉)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해외(홍콩)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가진 영화다. 이밖에도 '여친소'가 달고있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는 아시아 3개국 동시개봉·서울야경 항공촬영·일본 대중음악 주제곡으로 사용·완성보험 가입 등 여러개가 있다.
여기에 제작비 30억여원을 투자한 '와호장룡' '영웅'의 프로듀서 빌쿵의 배급파워로 홍콩지역 전 58개극장중 30곳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멜로영화 흥행감독 곽재용과 한류스타 전지현·홍콩에서 '명랑소녀 성공기'의 TV방영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장혁의 만남도 예사롭지 않다.
'여친소'는 '바람의 영화'다. “내가 없을때 바람이 불면 그게 나인줄 알아” “바람이라도 좋아, 널 느낄 수 있다면…” 여자경찰 경진(전지현 분)과 여고 물리선생님 명우(장혁 분)는 경진이 명우를 소매치기범으로 오해하면서 쫓고쫓기며 첫 만남이 시작된다. 여자친구 경진의 사건현장에 쫓아다니며 도와주고 자상하게 챙겨주던 명우는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죽고, 죽은 후 바람처럼 경진의 주위를 맴돈다. 명우의 온기를 느끼는 경진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게되고 새로운 남자친구도 만나게 된다는 줄거리다.
'여친소'는 홍콩에서 '엽기적인 그녀2' 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어 제목도 '엽기적인 그녀'의 '아적야만여우(我的野蠻女友)'와 흡사한 '야만사저(野蠻師姐)'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호감을 갖고있고 복잡한 구도를 싫어하는 홍콩관객들의 입맛에 맞췄다. 영화 속에서도 '엽기적인 그녀'가 연상되는 장면이 곳곳에 숨어있다.
초반부 경진과 명우의 사랑만들기엔 재치있는 코믹코드가 돋보인다. 장혁 특유의 오버연기가 다소 닭살스러운 대사를 자연스럽게 커버한다. 칵테일 종이우산을 들고 소나기 맞는 장면, 초록색 풀밭에서 팔 벌리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장면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한다. 그리고 여의도 차량폭파신·총격신 등 볼거리도 제공된다. 또 '클래식'의 기절 잘하는 태수(이기우 분)과 '화산고'에서 장혁과 대결구도 였던 장량(김수로 분) 등 기존영화 출연진들과 연결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관객을 유쾌하게 해주다가 '명우의 죽음'이후부터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굴곡이 강요된다. 종이비행기·에드벌룬·바람개비·풍경…. '사랑은 바람을 타고…'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복선이 많고 다소 비현실적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우연의 남발도 억지스럽다.
명우가 죽은지 49일째 되는날 경진을 떠날때 '사랑과 영혼'을 패러디 한듯한 장면에선 '너무나' 그림같은 하늘배경의 컴퓨터그래픽이 눈에 거슬린다. 슬픈감정이 최고조일때 관객들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감정의 흐름이 단절된다. 하지만 전지현의 눈물연기에 관객은 다시 슬픔에 몰입될 수 있다.
'여친소'의 '사랑을 믿는 당신에게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카피처럼 '뭐든지 가능하게 하는 사랑의 힘'을 믿는 관객이라면 전지현의 눈물바람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홍콩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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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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