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경쾌한 터치와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쏟아내는 대사는 맛깔스럽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엉뚱한 상황은 폭소를 자아낸다.
의사의 오진으로 수명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오해하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과 10년을 한결같이 그를 지켜봤지만 성큼 다가가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 같은 동네 여자 한이연(이나영)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동치성은 고교시절 타격감각까지 갖춘 잘 나가던 주전 투수였으나 어깨 부상으로 지금은 별볼일 없는 프로야구 2군 외야수로 전락했다. 게다가 실연당하고 의사로부터 시한부 인생 판정까지 받는다.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선배가 운영하는 동네 근처 술집으로 간다. 그곳에는 10년 넘게 그를 짝사랑한 한이연이 일하고 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한 동치성은 한이연의 부축을 받고 여관으로 옮겨져 '아무일 없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한이연이 동치성과의 하룻밤 사연을 라디오 방송에 적어보낸 편지가 당첨되고 경품으로 받은 영화티켓으로 같이 극장에 가면서 두 사람은 차츰 가까워진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끊임없이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결론은 사랑은 그냥 사랑이라는 것. 사랑은 그냥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는 몇 살이냐', '취미는 무엇이냐', '혈액형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거나 집까지 바래다 주는 등 특별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실미도' 등을 통해 선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정재영은 코믹 멜로영화의 주인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폭을 넓혔다. 이나영은 '영어 완전 정복'에 이어 다시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장진 감독의 감독데뷔작 '기막힌 사내들'(1998)처럼 전봇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속 영화'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중 하나다. 상영시간 110분. 15세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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