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헌정중단을 낳은 탄핵사태는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결정함으로써 그 막을 내렸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은 그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번 탄핵사태에서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니다. 패자만 있을 뿐이다. 불행한 사태였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성장통(成長痛)으로 보고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은 많은 논란을 빚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경제-국정파탄은 처음부터 탄핵사유로 삼기에는 무리였다.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정치권의 감정싸움이 결국 탄핵사태를 빚었고 그것이 국정공백과 국민혼란을 야기했다. 이 점에서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런데 집권세력의 일각에서는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대화정치를 거부하는 오만이다. 헌재가 기각을 결정했지만 부분적인 위헌, 위법을 지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에 겹쳐 부정적인 외부변수가 돌출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유가급등은 물가앙등과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1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8억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인데 석유수입은 세계 4위다. 이것만으로도 에너지 낭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수요관리가 급선무이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낭비형 생활구조를 절약형으로 바뀌어나가야 한다. 우선 불필요한 차량운행과 전력낭비를 줄이도록 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절약형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석유수급에 관한 낙관론은 금물이다. 중국에 이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이 경제대국으로 질주하고 있어 석유수요는 급증한다.
중국의 긴축정책도 경제성장을 저해할 중요한 악재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이 357억달러로 50.3%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금년 들어서도 비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강행하면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하여 증시가 침몰한다. 440조원의 가계대출과 39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경계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침체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대출연체가 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권한정지 기간 중에 한반도 주변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런데 정상외교는 실종상태였다. 지난달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 중국 국가주석과 일본 수상을 만났다. 그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가 열리고 있다. 핵폐기와 동결, 이에 따른 보상문제에 대해 북한과 미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수상이 납치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라크 파병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잔혹행위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야만적 행위다. 주요 참전국들이 철군을 고려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반전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쌀시장 추가개방을 위한 협상이 금년 내에는 어떤 방식이든지 타결되어야 한다. 개방확대는 불가피하여 농촌경제의 붕괴를 촉진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군장성 정기인사, 검찰 정기인사에 공기업 인사도 겹쳐 있다. 학연, 지연을 타파하는 능력위주의 인사는 중요하다. 일상적인 국정은 차질 없이 추진되었으나 중요한 장기정책은 결정이 유보된 상태다. 그런데 정치권이 타협과 대화를 거부하고 오기정치에 매달려서는 나라가 어디로 갈지 뻔하다. /김영호(시사평론가)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다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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