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만두라니…. TV화면을 보니 정말 끔찍하다. 저걸 사람이 먹으라고 만들고, 먹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그래도 만두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소리는 못들은 것 같다. 아마 냉동식품이라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학교급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마다 수천명이 고생한다니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 겁난다. 많은 학부모들이 혹시 내 자식도 학교에서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전국의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1만509개 가운데 98.4%가 집단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학생이 하루 한끼를 학교에서 주는 밥을 먹는 셈이다. 그러니까 학교가 학생생활 12년간의 점심식사를 책임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무엇을 먹기에 그토록 후진적인 식중독 사건이 그리도 자주 일어나나 싶다. 얼마나 재료가 조악하고 비위생적으로 조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음식이지 음식이 아니란다. 오죽했으면 식품시장에서 최고급품은 백화점으로 가고 최하급품은 학교로 간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거개가 국적불명의 수입품이란다. 수입식품은 재배과정에 농약과 비료를 많이 살포한다. 또 수송-판매과정에 썩지 말라고 방부제도 많이 뿌린다. 유전자재조합식품도 많다. 가공식품은 화학조미료와 같은 식품첨가물을 많이 쓴다. 그나마도 예산부족으로 싸구려만 쓸 테니 어린 학생들이 먹고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식중독사건은 직영급식보다는 위탁급식에서 몇 배나 많이 발생한다. 위탁업자의 입장에서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건져야 하는데 계약기간에 시설투자비도 빼야한다. 품질이니 위생이니 하는 따위를 따질 처지가 아니다. 더러 계약을 따려고 돈도 뿌린단다. 위생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직영을 잘못하다가는 말썽이 나서 학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까닭에 저마다 직영을 꺼린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시민단체들이 학교급식 재료로 우리 농산물을 쓰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들은 척도 않는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마련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차별대우는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통상마찰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란다.
학교급식은 국민건강은 물론이고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을 지키기 일은 국가의 책무이다. 학교급식법에 '신선한 유기농산물'을 써야한다고 규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식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가 참여하는 재료검수와 위생점검을 의무화하면 그만이다. 불필요하게 직접적인 표현을 써서 통상마찰을 유발할 이유가 없다.
이대로 가면 농업, 농촌은 없어진다. 그런데 자라는 세대의 입맛이 수입 농산물에 길들고 있다. 700만 학생이 우리 농산물만 먹어도 농촌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농촌과 결연을 맺어 현지체험을 통해 농업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깨닫도록 한다. 대기정화, 홍수조절과 같은 친환경적 기능을 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산물을 먹음으로써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산 교육이다.
그래서 뜻 있는 이들이 나서 학생들이 안심하고 즐겁게 점심을 먹도록 하자고 시민운동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몰라라한다. 마침 경기도가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무쪼록 경기도가 학부모의 불안감을 덜고 학생들이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앞장서기를 바란다. /김영호(시사평론가)
먹을 만한 학교급식을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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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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