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려 혼쭐났다. 투기망령을 잡으려고 온갖 억제책을 동원하고서야 투기를 진정시켰으니 말이다. 거래-보유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거래신고제도 실시했다.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겠다고 별러왔다. 하루가 멀다며 투망식 억제책을 연발하더니 투기를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정상적인 거래마저 죽인 데 있다. 중소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납품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고 임금마저 체불하는 실정이다. 분양한 아파트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잔금을 연체하여 텅텅 비어있다. 대형 건설업자들도 분양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집단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세값도 하락폭이 커지면서 부동산중개소의 휴·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정책은 수요공급과 금리정책이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실수요, 가수요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중과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가졌는데 보유세를 크게 올렸다. 투기를 모르고 붙박이처럼 사는 사람들이 날벼락 맞은 셈이다. 그리고 등록세, 취득세, 양도세와 같은 거래세도 대폭 인상했다. 이것은 조세불만을 야기하고 내수부진을 심화시켰다.
 
세금이 무서워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거래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을 지탱해오던 주택경기마저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 경기전망이 암울하다. 뒤늦게 깨달았는지 경기진작을 꾀한다고 규제강화에서 규제완화로 돌아서는 듯했다. 주택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거래세를 조금 내리는 한편 다시 보유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를 살리고 죽이는 모순된 정책을 병행하는 셈이다.
 
지방세인 재산세, 종합토지세에 더하여 결국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말았다. 시·군·구가 부동산에 대해 과세하고 나면 중앙정부가 나서 개인별로 전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가액을 합산해서 다시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특히 1가구 1주택이라도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역시 중과세키로 했다.
 
지난 23년 사이에 아파트 값이 지역에 따라 2~3배 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미실현 이득이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는가?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은 팔더라도 다시 집을 사야하기 때문에 꼭 이득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정책실패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같은 세원에 대해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가 과세하니 이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나는 이중과세다.
 
거론되는 세액을 보면 살인적이다. 제 집에 살면서 엄청난 집세를 물고 사는 꼴이 된다. 아무런 소득 없는 은퇴자라면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로 부담할 수 없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것은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위배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판이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또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기존의 세제를 고치면 된다. 과세의 평가방식과 세율체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방분권화를 주장하면서 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반대하는 국세를 신설하는가? 주택건설업계가 빈사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주택경기를 더 죽일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공급부족은 장차 투기를 유발한다. 어떤 경제정책도 경기전망과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경기를 진작하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과중한 세금을 더 물리니 경기가 살아나겠는가? 이런 징벌적 세제는 반드시 조세저항을 유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