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충청권의 표를 의식하여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후유증·부작용을 진지하게 거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의 표를 얻지 못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이상팽창으로 인해 국가가 발전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에 달해 있다. 따라서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한 국가기능을 어떤 형태로든지 분산하는 발전전략이 시급하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지역간의 발전불균형을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오히려 수도권이 대전까지 광역화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개발소외지역에 대한 발전전략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해야 한다.
 
지난해 4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천안~아산지역이 수도권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타면 천안~아산역까지 34분이 소요된다. 최근에는 서울~천안전철이 개통되어 한시간 남짓이면 오갈 수 있다. 서울에 거주지를 둔 이 지역 근무자나 대학생들이 그 전에는 주말에나 서울로 왕래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서울로 오간다. 수도권의 광역화 현상이다.
 
행정수도가 공주~연기에 건설되면 고속철이 오창역에 정차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곳과 공주~연기를 잇는 도로가 개설되면 서울까지 한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행정부처가 이전한다고 공무원들이 주거지를 옮기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민간기업의 지방 근무자들이 서울에 집을 그냥 두고 이사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다. 이 경우 효과적인 인구분산을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접합점으로서 급속하게 팽창되고 있다.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대전은 행정수도의 배후도시로서 도시기능이 증대된다. 이 경우 충청, 전북 등 인근지역의 인구유출을 촉진하여 대전의 광역화가 가속화된다.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천안~아산~공주~연기~대전을 잇는 타원형의 수도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력이 서울에 집중된 현실에서 정부의 모든 경제부처를 행정수도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민간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기업과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민업무가 많은 정부부처들이 경제중심지에서 떨어지면 기업활동에 지장을 준다. 여기서 파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지방근무, 지방이전을 기피하는 첫째 이유는 자녀교육이다. 따라서 행정수도가 소기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서울의 유수한 대학과 필적할 만한 대학의 육성이 선결과제다. 많은 지방대학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화가 시급하다.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수도권의 획기적인 인구분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산기반과 함께 자족능력도 확충해야 한다.
 
인구의 과밀-과소현상이 지역간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면 강원도는 더욱 소외된다. 또 전북인구는 충청권으로 유출된다. 따라서 발전소외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못지 않게 지역간의 발전불균형을 시정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기능을 능률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대안도 강구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적 대사이다. 정치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행정수도건설 특별법안을 정략적 차원에서 벗어나 심의해야 한다. 쓸데없이 정치 쟁점화하여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된다. 대선공약으로 급조됐던 경부고속철도, 새만금 사업이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정략적 국책사업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