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세도가들이 하는 짓은 닮은꼴이다. 권력에 도취하여 국정운영을 이권사업으로 아는지 사기꾼들과 돈 잔치를 벌이다 쇠고랑을 차는 일이 참으로 허다했다. 대통령이 권력을 휘둘러 돈을 긁어모아 퇴임 후 둘이나 철창신세를 졌다. 그 끔직한 일을 목도했건만 YS의 아들과 측근들이 그 짓을 하여 그들의 뒤를 이었다. DJ의 아들들과 그 실세들도 그 대열에 끼었다. 그밖에 무수한 정치실세들이 권력을 빙자해 돈을 챙겨 감방생활을 했다.
YS는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의 최고지표로 삼고 출범했다. 그런데 그의 측근들이 잇따라 부패사건에 연루되어 정치권력의 행태가 과거와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그의 아들이 돈만 뜯은 게 아니라 부통령이나 된 듯이 호기를 부리며 국정마저 농락했다. 그의 개혁작업은 좌초하고 말았다. DJ는 아들도 단속하지 못한다고 그를 호되게 몰아쳤다.
그런 DJ인데 그 정권 아래서는 권력과 금력의 유희가 밑도 끝도 없이 벌어졌다. 그 뿌리는 서로 얽히고 설키어 권력의 심장부로 이어졌다. 그러더니 마침내 대통령의 아들들이 돈 바람이 춤추는 사육제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돈 다발을 들고 그들에게 바쳤던 모양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弘3 비리’라고 말했고 DJ는 임기말을 초라하게 마감해야만 했다.
거듭된 실정으로 민심이 이반하자 민주당의 쇄신파 의원들이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권파는 반발했고 귀를 막고 있던 DJ가 불쑥 총재직을 사임해 버렸다. 잇따라 터진 ‘게이트’라는 부패사건에 눌려 청와대는 무력증에 빠졌다. 구심력을 잃고 표류하던 민주당은 갈등이 증폭하는가 싶더니 두 쪽 나고 말았다. 쇄신파가 보따리를 싸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이다. 이제는 나라가 달라지나 싶었더니 빠른 복원력을 갖고 옛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석 달만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오른 팔이니, 왼 팔이니 하는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 다녔다. 대통령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돈과 땅이 얽힌 일로 구설수에 올라 세상이 시끄러웠던 것이다. 한 동안 조용한가 싶더니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오일 게이트’니 ‘행담도 개발’이니 하는 따위가 터져 나오니 말이다.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다.
해외유전을 개발한다는데 왜 철도청이 나섰는지 모르겠다. 제 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업무소관마저 무시하고 설치다니 모를 일이다. 석유개발공사도 있고 전문적인 민간기업들도 있는데 말이다. 권력을 끌어다 일을 벌이면 돈이 생긴다고 믿었을 테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 입을 열어야 할 정체불명의 인사가 해외로 도피해서 실세들이 개입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검찰의 수사발표이다.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다는 소리다.
‘행담도 개발’ 또한 희한하다. 노무현 정부는 외자 500억달러를 유치해서 서해안을 개발한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거대한 국책사업에도 정체불명의 인사가 끼어 들었다. 여기서도 주무부처를 제치고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장이니 인사수석이니 하는 실세들이 주물렀다고 한다. ‘정부지원 의향서’니 ‘사업지원 양해각서’ 따위를 써줬다니 말이다. 그 인사는 청와대를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그래서 도로공사도 우정사업본부도 휘둘린 것 같다.
민심은 싸늘하다. 이미 지난 재보선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23대 0이라는 참패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만한 표정으로 귀를 막았다. 뒤늦게 열린우리당에서 청와대에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나 측근세력의 반발이 드세다.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
사기꾼과 벌이는 권력의 향연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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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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