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고 한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 가난해 진다는 소리다. 한쪽으로 쏠린 돈뭉치가 저금리를 넘어 더 큰돈을 벌려고 몰려다닌다.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잇따른 억제책이 쏟아진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투기자금이 골프장으로 몰리자 회원권 값이 뜀박질한다. 골프장회원권이 서울 강남의 큰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을 정도로 말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해서 운동한다고 말한다. 골프를 쳤다느니, 골프를 치자느니 하지 않고 말이다. 또 대중화됐다는 말도 자주 쓴다. 웬만큼 먹고사는 사람은 골프를 친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돈 벌고 출세해서 골프친다는 눈총을 받고 싶지 않은 심정에서 그런 말을 하나보다.
그러나 골프는 신분상승을 과시하는 상징임에는 틀림없다. 그 까닭에 돈을 벌면 골프회원권 하나쯤을 갖고 싶어한다. 골프인구가 늘어나니 투자가치가 높아진다. 예약하느라 여기 저기에 부탁할 만큼 골프장마다 만원이다. 예약도 어렵고 눈치보기도 싫으니 해외로 원정골프를 나간다. 접대할 일도 늘어나니 기업들도 회원권을 사들인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모자라니 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500조원이 넘는다는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헤맨다. 아파트가 공세의 대상이다. 정부가 온갖 억제책을 내놓지만 효험이 없다. 세금폭탄이란 말이 나올 만큼 보유세를 무겁게 매기고 재건축 이익을 환수한다는 조치도 잇따랐다. 고강도의 '10·29' '8·31' '3·30'조치가 그것이다. 그 때마다 투기가 주춤거린다. 그 틈을 타서 투기자금이 골프장을 넘나들더니 회원권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는데 부동자금이 골프장으로 몰리자 수요가 더욱 커진다. 여기에다 주택과 달리 재산세가 없으니 상승세가 더욱 높아진다. 값은 아파트만큼 비싸지만 보유기간에는 아무런 세금이 없다. 자동차도 세금을 내는데 말이다. 사고 팔 때 세금만 내면 그만이다. 그러니 아파트 투기를 누를 때마다 부동자금이 골프장으로 쏠리면서 급등세를 나타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 1월 이후 15개월간 전국 골프장 회원권의 평균가격 상승률은 70.3%에 이른다. 수도권의 이름난 골프장 회원권은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최고라는 곳은 1년 전에는 7억원이었는데 15억원으로 뛰었다. 법인회원권은 30억원을 호가한다. 아파트 투기억제조치가 상승세의 기폭제란다. 하지만 서울과 거리가 먼 영남, 호남, 제주는 국세청 기준시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골프장 회원권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커진다는 소리다.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10곳 중에 9곳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더한 보유세가 늘어난다. 종합부동산 과세기준을 올해부터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었다. 여기에다 누진세율을 적용하니 집 값이 비쌀수록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의 고가 아파트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재산세 부담이 늘어난다. 덩그러니 집만 지닌 퇴직자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오랜 세월 붙박이처럼 제집만 지키며 투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세금벼락을 맞을 판이다. 큰 아파트라면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를 내야한다. 작은 아파트도 수십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투자이득이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데 재산세가 한푼도 없다는 것은 공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
많은 골프장이 재산세를 인근의 농지보다 적게 낸다. 정부가 작년 1월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골프장의 토지세율을 과세표준액의 5%에서 4%로 낮췄기 때문이다. 또 골프장은 특수토지로 간주해 공시지가를 낮춰 산정하니 재산세가 적다. 골프장에는 조세특혜를 주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론을 노래한다.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15억짜리 골프권 재산세 없다
입력 2006-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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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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