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연합뉴스) 특별취재반 = '박지성 시프트(Shift)'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본즈 시프트'라는 말이 있다. 전형적인 풀히터인 왼손 강타자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를 겨냥해 수비수들이 오른쪽을 향해 극단적으로 이동하는 수비 전형이다.

아드보카트호에는 '박지성 시프트'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극호에 활력을 불어넣는 심장 역할을 하는 '파워 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어느 쪽 자리에 포진하느냐에 따라 공격 전략.전술의 활용도와 파괴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킴 감독이 구상하는 박지성 시프트는 '막판 10분의 변화무쌍한 용병술'이다.

지난 26일 상암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 삼각편대를 이끄는 꼭지점 역할을 하던 박지성이 오른쪽 윙포워드로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박지성의 원래 자리에는 김두현(성남)이 투입됐고 오른쪽에 있던 박주영(FC서울)이 왼쪽 날개로 이동했다.

후반 35분이었다. 아드보카트호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고 후반 인저리타임 박주영의 감각적인 패스에 이어진 조재진(시미즈)의 추가골이 터졌다.

29일 밤(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대표팀 훈련장 머레이 파크에서 진행된 11대11 연습경기에서 박지성 시프트가 다시 선보였다.

김남일(수원)이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버스에 돌아간 뒤 김두현이 투입돼 노란 조끼를 입고 박지성의 자리로 들어갔다. 원래 오른쪽 윙포워드를 보던 설기현(울버햄프턴)이 반대편으로 갔고 박지성이 오른쪽 날개로 포진했다.

박지성은 4쿼터에서 멋진 오버헤드킥까지 시도했다. 제대로 볼이 맞지는 않았지만 스리톱(3-top)의 일원이 되면서 문전 돌파는 한층 더 과감해졌다.

박지성에게 날개는 낯선 자리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영입한 직후 오른쪽 날개로 중용했다. 왼쪽에 웨인 루니, 중앙에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서는 스리톱 포메이션이 맨유의 주류를 이루던 때가 있었다.

이후 박지성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윙 포워드를 이쪽 저쪽 오가면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해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럽 현지에 입성하기 전부터 박지성의 포지션 활용도를 여러모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 시프트를 후반 30분 이후 분위기를 반전하는 카드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는 복안을 내비친 것이다.

박지성 시프트가 적용되면 덩달아 살아나는 한 명의 태극전사가 바로 김두현이다.

김두현은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지만 박지성이라는 '거목' 앞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기 힘든 실정이다.

김두현은 출국 전 "내가 지성이 형 자리에서 10분이라도 뛴다면 그 10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아니냐. 우리가 지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서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박지성 시프트는 공격 변형 전술임과 동시에 박지성, 김두현이라는 두 재목을 동시에 살리는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