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에는 손님 3~4명이 앉아 온라인 도박 게임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과 업소관계자 3명은 홀에서 늦은 점심식사 중이었다. PC방 사방 벽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디아블로 등 유명한 온라인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어 여느 PC방과 다를 게 없었다.
현장에 단속 경찰관 9명이 들이닥치자 분위기는 일순간 경직됐다. 경찰이 신분을 밝히자 이내 진행되던 도박행위가 전면 중단됐다. “오늘 처음 왔다”며 도박혐의를 부인한 안모(39·자영업)씨. 하지만 모니터엔 게임머니 천알이 표시돼 있고, 보유액만도 150만원이었다. 일명 `바둑이'를 하던 김모(38·부동산업)씨는 보름전부터 이 곳을 드나들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컴퓨터 도박으로 1천만원을 잃은 상태인 김씨는 “10만원은 돈도아니다. 베팅에 따라 한번에 다 쓸수도있는 금액이다. 주변에 수천만원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채모(45·보험설계사)씨는 “이것이 불법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단속경찰관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경찰은 카운터에서 환전이 이뤄진다는 종업원의 증언을 확보하고 손님과 종업원으로부터 자인서를 받고 증거물을 모두 압수했다. 압수된 물품은 컴퓨터 본체 20대와 개수기(현금세는 기계) 2대, 거래장부, 쿠폰발급기 등이다. 경찰조사결과 이 업소는 지난 2002년 6월말 일반PC방으로 등록했다. 한달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동종업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성인PC방으로 전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PC방은 자유업이기 때문에 일반PC방처럼 등록을 하고 도박프로그램을 깔아 성인PC방으로 운영한다”며 “그로인해 단속을 하려면 일일이 불법도박행위를 확인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올들어 6월말 현재까지 인천지역에서 도박개장 및 사행행위 등의 혐의로 도박제공 PC방 119개소를 적발, 이중 업주 15명을 구속하고 4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