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삼산지역에 레슬링 등 14개 종목의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매머드급 실내체육관이 2년여의 공사끝에 올 가을 준공된다고 한다. 7천500석이 넘는 좌석을 갖춘 경기장이라니 규모나 시설면에서 또하나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체육인을 떠나 시민 모두가 환영하고 인천체육발전의 산실이 되기를 기원할 일이다.

그런데 그 체육관의 이름이 궁금하다. 그저 편하고 구태한 발상으로 방위명이나 지역 이름을 앞에다 붙이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세계를 향한 선진인천을 표방하는 시당국이 식상한 아이디어를 구상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우리도 인천이 낳은 자랑스런 체육인의 이름을 붙인 체육관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과 바람을 가져본다.

구미시의 박정희체육관, 부산시의 양정모체육관, 삼척시의 황영조기념관, 수원시의 박지성길, 광주시의 서향순양궁장 등이나 외국의 인명을 딴 많은 건축물을 보면 외양이나 기능보다 그 지역이 배출한 걸출한 인물의 업적을 기림으로써 지역주민 모두가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되고, 귀감이 되는 독특한 상징효과를 거두고 있다. 예술가의 거리가 그렇고 그 지역 출신 유명인사의 동상 등이 그렇다. 동질감과 정체성이야말로 지역화합을 이루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차원에서 새로 건립되는 체육관의 이름을 인천의 대표적인 체육인으로 한다면 엄청난 부가적인 승수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왜 그 사람인가? 그렇다면 인천이 내세울만한 자랑스런 체육인은 누구인가?

지난 1966년 건국 이래 최초로 국제대회(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이 다름 아닌 인천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필자는 그 이름을 밝히기가 당당하다. 그는 또 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64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당시 스포츠 영웅으로 부각된 선수, 양정모선수를 배출한 지도자, 한국 올림픽선수촌장으로 시드니올림픽과 부산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인물, 올림픽의 효자종목인 한국레슬링의 독보적 선수, 지금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의 집행위원으로 다시한번 인천의 명예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장창선이다.

그가 인천과 우리나라의 체육발전을 위해 바친 뜨거운 열정을 고작 체육관에 이름 석자를 붙여주는 것으로 보상한다면 오히려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의 뒤를 잇는 많은 체육인에게, 그리고 그런 체육인을 배출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수많은 인천인에게도 말이다.

`장창선체육관'이라고 명명했다고 해서 장창선 개인이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특혜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의 순수한 스포츠정신을 계승 보존해 인천인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후진에게 귀감이 될수 있도록 역사적·교훈적 가치로 삼아 보자는데 그 뜻이 있다.

체육인의 자부심과 인천의 자랑으로 그가 누리는 영광은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인천인 모두가 누리는 영광이어야 한다. 그가 흘린 땀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인천의 체육발전의 모태가 된 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연수구청장 재임시 한국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구청사신축, 전국 최초의 주민자치센터운영, 구청사 담장철거, 전국 최초로 도로명부여 사업과 새주소 변경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많은 반대와 비판을 받았었다. 그러나 뜻있는 일에는 철학을 가지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그 결과 지금의 평가에 만족한다.

새로 건립되는 실내체육관의 이름이 전처럼 방위각이나 지명에 따라 정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만일 필자의 의견이 일방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반론을 제시하거나 시민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삼산지역에 새로이 건립되는 실내체육관의 명칭은 `장창선체육관'으로 하자. 그래서 인천에도 이런 체육인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오늘도 인천의 명예를 위해 땀흘리는 수많은 체육인에게 꿈과 보람을 안겨 주자.

 

/신 원 철(前인천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