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승전을 겨냥하고 있다.”(지네딘 지단)
“지단 만을 막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상대는 프랑스일 뿐이다.”(GK 히카르두)
조별리그에서 노쇠한 플레이로 비난을 면치 못했던 `레블뢰 군단'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을 꺾고 절정의 봄날을 맞고 있다.
2006독일월드컵 결승에 오르기 위한 9부 능선 앞에 도착한 프랑스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설움을 씻고 8년 전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독일 하늘 아래서 재현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반면 프랑스의 콧대를 이번만은 기필코 꺾겠다는 `유럽의 브라질' 포르투갈 역시 프랑스와 뿌리깊은 악연의 역사를 끊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위한 강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아트사커'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오전 4시 `무관의 제왕' 포르투갈을 상대로 뮌헨 월드컵스타디움에서 준결승전을 치른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모두 8강전에서 힘겨운 혈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거머쥔 터라 양팀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프랑스는 확실한 우승 후보로 꼽힌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하면서 `늙은 수탉'이라는 오명을 씻고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다. 포르투갈 역시 잉글랜드와 120분간 혈투 끝에 `거미손' 히카르두의 신들린 승부차기 방어로 준결승까지 올라섰다.
◇포르투갈-프랑스 `악연의 역사'
포르투갈은 유독 프랑스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프랑스는 그동안 포르투갈과 21번을 싸워 15승1무5패(40득24실)로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고양이 앞에 쥐'가 된 셈이다.
프랑스가 포르투갈에 마지막으로 패했던 것도 무려 31년 전인 지난 1975년이었으며 최근 7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포르투갈은 아직도 지난 유로2000에서 프랑스와 맞붙은 준결승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준결승전 전반 19분 누누 고메스의 기막힌 왼발 선제골로 결승 문턱에 가는 듯했던 포르투갈은 후반 6분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연장승부에 들어갔다.
연장 후반 종료 6분을 남기고 문전에서 핸들링 반칙을 범해 프랑스에 페널티킥을 내준 포르투갈은 지단에게 페널티킥 골든골을 허용하면서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쓰린 기억을 간직한 포르투갈은 6년만에 재현된 `닮은꼴' 상황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각오뿐이다.
◇4-5-1 VS 4-5-1 `닮은꼴 전술'
프랑스는 이번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토고전에서 단 한번 투톱을 쓴 뒤 계속해서 앙리의 원톱을 이용한 `4-5-1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포백라인에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세우고 지네딘 지단이 중앙 조율사로 나서는 `4-2-3-1 전술'이다.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자국 언론으로부터 쏟아진 비판을 묵묵히 참아낸 `덕장(德將)'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믿었고, 선수들은 스페인전(16강) 3-1역전승에 이어 8강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아트사커'의 부활을 예고했다.
프랑스의 강점은 수비형 미드필더 클로드 마켈렐레와 파트리크 비에라의 든든한 `버팀목' 수비와 함께 갈수록 예리함과 연륜이 묻어나오는 지단의 중원 조율이다.
특히 3골을 뽑아낸 앙리의 골결정력은 탁월하기만 하다.
프랑스는 5경기를 치르면서 단 7골을 터트리고 2골만 내주는 효과적인 공수조화를 보이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은 5경기를 치르면서 무패행진으로 6골2실점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게 강점이다. 특히 최근 A매치 17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이 3위(1966년) 밖에 없고 월드컵 본선진출 기록도 3번 밖에 없을 만큼 팀 명성에 비해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다.
1990년대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금세대'들이 모두 사라지고 주장 루이스 피구만 남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신세대들의 약진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브라질)과 유로 2004 준우승(포르투갈)을 이끌었던 명장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의 용병술도 이번 4강전의 볼거리다.
스콜라리 감독은 파울레타를 정점으로 좌우에서 발빠른 호나우두와 피구가 측면공격을 맡는다. 데쿠의 중원조율의 뒤를 받쳐 코스티냐와 마니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의 전술과 크게 다를게 없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닮은꼴 혈전'이 벌어질 공산이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