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이 없다.” 북한이 5일 새벽 중거리 미사일과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한데는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당장 북한에 그 어떤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임으로써 대북문제에서 시간끌기를 하는 미국을 압박할것이라는 손익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발사를 할 것이냐 마느냐의 으름장에서 발사를 전격 단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미국이 서둘러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진다고 해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이번 미사일 발사에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북한은 핵실험과 달리 이미 1998년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 발사를 경험한데다 이후에도 단거리 미사일은 거의 해마다 발사해 왔으나 그동안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났다. 또 미사일 문제는 NPT(핵무기비확산조약)라는 확실한 국제법적 통제근거가 있는 핵문제와는 궤를 달리한다. 개별 주권국가가 미사일 실험을 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막을 국제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미 금융제재 등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과거와 달리 일본의 대북 경제협력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큰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북한 대사를 직접 불러 미사일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들 우방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고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협상태도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사일 발사 능력을 시위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해온 강력 대응 주장이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개발 발사는 한 나라의 자주적 권리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인데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자신들의 군사적 억제력이 강력하고 언제든지 미국의 선제공격 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

이외에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부 등 북한 내 강경파의 정세 오판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동안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 등의 양보를 이끌어낸 경험으로부터 이번에도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단행한데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핵과 미사일에 국한시키기 위한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미국에 양자협상에 들어올 것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렸는데 특히 7·4 미국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한 것은 미 국민들에게 충격을 줌으로써 그 효과의 극대화를 노렸다”며 “필요하면 미사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