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호우로 인천시 서구 백석동 완정 삼거리 인근 벙커유 하치장이 침수되면서 하천으로 유출된 기름을 13일 오전 직원들이 오일펜스 등을 이용,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 관계 당국이 조금 더 신경을 썼어도 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입니다.”
 13일 오후 2시 인천시 서구 백석동 54 일대 `미나리촌'. 5만여평 일대 미나리촌에서 푸른 빛을 보여야할 미나리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하룻동안 내린 장맛비때문에 미나리촌이 완전 물에 잠겨버린 것이다. 농민 최정수(49)씨는 “어제 새벽부터 굴포천 방수로 물이 넘쳐나 미나리촌으로 흘러 들었다”며 “이것(미나리) 하나만 바라보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다 망해버렸다”고 했다. 피해액만 수백만원에 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흙탕물에 잠긴 미나리를 일일이 손으로 건져 내던 농민 조무희(43)씨가 “서구청이며 수자원공사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는데, `어느 놈' 하나 코빼기도 보이지않고 있다”고 따졌다. 12일 240㎜ 비가 내려 침수 피해를 입은 서구 곳곳의 농민과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였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미나리촌 등 굴포천 방수로 인근 농경지의 경우, 수자원공사와 GS건설이 굴포천 폭을 20m에서 40m로 넓힌다며 농경지와 맞닿은 둑을 무너뜨리면서 장맛비로 불어난 굴포천 물이 농경지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둑을 없애자 굴포천과 농경지 높이가 같아졌다”며 “새로운 둑을 만들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서구청과 수자원공사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4가구가 한꺼번에 물에 잠긴 공촌동 아우맨션에서 만난 주민들은 서구청의 행정 잘못으로 또다시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003년 장맛비로 이 맨션 지하층은 인분이 집수관까지 가지 못하고 하수도관을 타고 역류해 방안을 뒤덮은 적이 있었다.


 이후 주민들이 역류를 피하기 위해 자체 하자보수금으로 문제의 하수도관 대신 집수관과 바로 연결되는 별도 하수도관을 만들었다. 2004년과 지난해는 아무런 피해없이 버텼지만 올해는 달랐다. 서구청이 올 1월 주민들이 만든 하수도관을 막아 놓고 문제의 하수도관로를 다시 사용토록 한 것.
 주민 허범석(38)씨는 “현재의 하수도관은 오폐수가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 하수도관 복구를 주장했다. 서구 관계자는 “오는 15일 노후한 관로를 교체할 계획”이라며 “공사가 끝나면 침수 피해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장맛비로 서구에서는 57가구가 침수되고 3개 담장이 붕괴됐다. 농경지 260㏊가 침수되는 등 모두 3억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