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이틀간 경기·강원·서울 등 중부지방에 최고 500㎜가 넘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수십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남한강 여주대교 수위가 홍수위에 근접, 여주읍 1만7천여 명의 주민 대피령이 발령됐고 서울 안양천 둑이 터졌다. 산사태나 침수·유실로 영동고속도로와 경기·강원도내 주요 도로 대부분에서 차량 운행이 통제돼 교통대란이 벌어졌고 주택·농경지 침수 등이 발생했다.

<관련기사 18·19면>

이번 장마전선은 17일까지 경기·강원지역에 60~120㎜의 비를 더 뿌린 뒤 충청과 영·호남 지역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사망·실종 잇따라=이번 집중호우로 16일 오후 9시 현재 전국에서 사망 13명, 실종 19명 등 모두 3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강원지역이 사망 12명으로 인명피해가 가장 컸고, 경기지역도 사망 1명, 실종 1명 등의 피해를 입었다.

16일 오전 10시께 가평군 설악면 엄소리 김모(60·여)씨의 2층 집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김씨가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등 사망 1명, 부상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시각,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3리 민박촌에서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고립됐던 이모(78)씨 등 주민 5명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하천 범람 `비상'=집중호우는 남한강, 한탄강, 임진강, 영월 동강 등 중부권 주요 하천이 범람 위기에 처하는 비상사태까지 불러왔다.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남한강 여주대교는 상류 충주댐이 오전 8시부터 초당 방류량을 6천900여t으로 늘리면서 수위가 오후 9시 현재 9.66m로 홍수위 10.1m에 육박했다. 경기도재난대책본부는 오후 5시14분께 여주읍 일대 1만7천여명의 대피령을 발령했다. 또 이날 새벽 5시께 서울 양평동 지하철 9호선 공사현장 부근의 안양천 10m가 유실돼 이 일대 5천여가구가 대피했다.

오전 9시께 경보수위(11.5m)까지 육박했던 파주시 적성면 임진강 일대 수위는 점차 낮아져 오후 8시 현재 9.5m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위험수위에 근접한 상황이고,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 일대 수위는 오후 2시께 8.8m로 상승했다가 오후 늦게 빗줄기가 다소 잦아지면서 10시 현재 5.8m로 떨어져 하천 범람 위기는 면했다.

◇도로 끊겨 `교통대란'=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인해 영동고속도로와 미시령, 한계령, 진부령 등 강원 영서와 영동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헌절 연휴를 맞아 동해안으로 떠났던 피서객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또 경기지역에서도 23개 주요 도로와 교량이 침수 또는 산사태로 통제됐다. 오후 10시 현재 차량통행이 금지된 주요 도로는 양평군 양평읍 지방도 342호선, 연천군 장남면 지방도 367호선, 여주군 능서면 지방도 333호선, 오산시 제방도로 등 16개소다.

◇주택·농경지 침수=주택 침수도 잇따라 강원지역에서만 가옥 1천220채가 침수돼 11개 시·군 948가구 2천3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강원도 인제와 평창 등 4개 시·군에선 상수도가 침수 또는 유실돼 4만8천여명의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농경지 침수도 발생, 경기지역의 경우 이천, 남양주 등 8개 시·군에서 568.95㏊의 논이 물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