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무관했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때문에 전국의 아동정신클리닉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여름 방학 때까지 모든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한달 약값이나 진료비가 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뒤늦게 ADHD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쉬쉬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고 심지어 어느 초등학교의 전교어린이회장으로 뽑힌 어린이도 ADHD 진료를 받고 있다고 하니 이제 ADHD를 터놓고 얘기할 때가 온 것 같다.

설마 하겠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다수를 향해 연쇄살인이나 폭행·방화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사이코패스)들도 ADHD를 방치한 탓이라는 선진국의 사례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어서야 비로소 여론화되는 이 고급 현대병의 원인 또한 다양하여 한마디로 글로벌 경쟁사회가 낳은 총체적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임신중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 엄마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이다. 여기에 컴퓨터 중독, 인스턴트 음식, 수직적인 경쟁체제 등 생활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관습이 서구 개방주의 문물과 부딪히며 ADHD를 급증하게 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활달하고 멀쩡한데 성적이 뒤처지거나 학교에서 교사들로부터 구박을 받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면 ADHD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역학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급당 20%이상(특히 남학생)이 ADHD 증세를 보이고 있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10% 정도로 줄어 들고 2~3%는 성인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다고 나와 있다.

막상 정신과 클리닉에선 정신질환으로 취급하지 않는 실정이나 실제 교육현장에서 겪는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의 정신적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은 지능지수는 높으면서 집단활동에서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같은 학급 학생들에게 까지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어 학부모들로 부터 보이지 않는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무지개형 학습형태'라는 공동체 학습프로그램을 통해 학급내 ADHD 학생들을 치료하는 필자의 사례가 지상파 방송을 탄 후 유치원 아이부터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전국의 많은 부모들로 부터 고민 전화가 폭주했는데, 그저 그동안 쌓아 두었던 한풀이를 들어 주는 정도로 끝내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분명한 것은 ADHD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100%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성인이 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50%이상이 유전이 된다는 사실이다. 전문의와 꾸준한 상담을 가지면서 무엇보다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공동 노력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도 ADHD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 교사,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차터스쿨(Charter School)이 시급한 때다.

/이 철 규(영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