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경찰서 당직반 형사가 `비상 근무에 늦게 출근했다'는 담당 과장의 꾸지람에 불만을 품고 인화성 물질이 담긴 기름통을 들고 과장실로 돌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사건 발단은 지난 6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은 독일 월드컵 한국과 스위스팀의 응원전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새벽 4시부터 열렸다. 연수서 P과장은 경기종료후 폭력사태 등을 우려해 다음 날 당직반을 비상 소집했다. 그러나 A(42) 경장은 다른 직원들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출근했고, P과장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A경장을 심하게 꾸짖었다.

그러자 A경장은 “늦게 나온 것은 잘못됐다. 하지만 1시간안에만 비상 소집에 응하면 되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과장과 언쟁을 벌였다. 이후 A경장은 밖으로 나와 언성을 높이다 공교롭게도 이 장면은 청문감사관에게 목격됐고 서장에게 까지 보고됐다. 연수서 감찰 결과에 따르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A경장은 부인에게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병원에 가보자”며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아가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소견이 담긴 2주간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0일 오전 9시께 병가를 마치고 출근한 A경장은 돌연 인화성 물질이 담긴 기름통을 들고 심한 욕설을 하며 아침 조회를 하던 과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조회에 참석하던 팀장들은 깜짝 놀라 A경장의 손에 든 기름통을 빼앗고 제지하는 바람에 현직 경찰관의 방화사건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연수서는 방화미수 경찰관을 사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조차 하지 않아 은폐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A경장은 “불을 지를 생각은 없었다. 담배도 피우지않고 라이터도 없었다. 화가 너무 나서 액션만 취한다는 것이 일이 엄청나게 커졌다”며 “조직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수서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며 “앞으로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바짝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