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천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변경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의원은 시청 기자실에 팩스로 보낸 서신을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지역주민 여러분께 먼저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서신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신에서 “인천국제공항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병기한다면 국가와 지역 이미지를 동시에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인천의 지명도를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한편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윈윈 전략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위인의 이름을 명칭에 사용한 예로 미국의 존 F 케네디, 영국의 리버풀-존 레넌,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업적은 유네스코가 1990년 `세종대왕상'을 제정·시상하고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며 “국회는 지난해 한글날을 국경일로 재지정하는 등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역여론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인천국제공항은 시민사회의 의견·서명으로 정한 명칭”이라며 “지역의견을 듣지도 않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칭 변경을 강행할 경우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인해 인천이 이익을 본 것도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우리나라 대표 위인이 꼭 `세종대왕'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다수가 인천국제공항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5년 동안 사용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세계 수백여 공항이 인천공항 명칭을 사용하는 데 지금와서 바꾼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칭이 바뀌면 프로그램 개발, 시설물 재단장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 뒤 명칭 변경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타격도 우려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유명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항명칭이 변경되면 항공기내 시설물 변경도 불가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영종발전협의회 측은 “공항을 만든다고 해서 조상의 얼이 담긴 땅을 고스란히 내줬더니 이제는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며 “인천에 만든 공항을 인천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2년 건설교통부가 `수도권새국제공항이름현상공모'를 한 결과 `세종'이 10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은 30건으로 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역여론을 받아들여 2000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