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노루, 희귀종인 멧토끼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산을 관통하는 국도 신설 구간에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설치되지 않아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포천시와 이동면 주민들에 따르면 국토관리청은 47번 국도의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99년 5월 말부터 1천849억여원을 들여 일동면 기산리∼이동면 도평리간 17.14㎞에 폭 20m의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이 도로는 오는 9월말로 준공될 예정이지만 주민들은 최근 “도로 신설구간 끝지점인 이동면 도평리 사향산 일대에 입체교차로가 설치되는 등 산자락이 크게 훼손되고 야생동물이 이동하는 통로가 끊어져 생태계 교란 및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이동통로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을 포천시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해당공사 설계 당시인 99년초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야생동물의 서식지 단절에 대한 우려가 예상된다”며 “육교형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관리청은 같은해 9월 “대형포유류가 서식하지 않고 중·소형동물인 오소리와 너구리, 멧토끼 등만 서식하고 있다”며 “계획 노선에 설치된 30여개의 박스(BOX)와 교량 아래측, 횡단 배수관 시설물 등을 이용하면 동물 이동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공사를 계속했다.

   시청 관계자는 “현장 답사를 통해 감리단측과 협의하려 했지만 공사 관계자들이 2개월 뒤면 도로가 개통되는데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의 육교를 설치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전문기관과 협의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재발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