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9일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 유보를 꼬투리잡아 1천만 이산가족의 염원인 이산가족상봉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근로자 개성시내 출입금지, 개성공단내 설치된 남북경제협력협의 사무실 인원 철수 등 정치적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정치적 문제를 가지고 남북한의 숙원사업에 딴죽을 거는 것도 모자라 1천만의 소원이며 아픔인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반세기동안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면서 마음 졸이며 생애 마지막으로 핏줄을 보고 싶어하는 이산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에는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6·25전쟁으로 반세기를 피눈물과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학수고대하는 이산가족이 1천만이 넘는다. 짧은 기간이라도 가족과 헤어지면 보고 싶어하고 애타게 찾는 것이 사람인데 하물며 반세기동안 쌓인 슬픔과 애절함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

육체적으로 겪는 고통이라면 참을 수 있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은 육체적 고통과는 격이 다르다.

1천만 이산가족들은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있을 때마다 TV앞을 떠나지 못한다. 혹시라도 알고 있는 인척이나 친구가 행사장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서다. 또한 상봉자들이 얼싸안으며 기쁨과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면 비록 자신은 아니지만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이와 함께 북한과 관련해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설마 이산가족 상봉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 지금까지 수많은 문제가 도출됐지만 이산가족 상봉과는 무관했으니 이번에도 큰 문제는 없을거야”라는 기대를 갖고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야기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천만의 가슴에 커다란 못을 박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고작 쌀과 비료 지원 유보라는 문제로 꼬투리잡아 1천만의 가슴에 한을 맺히게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다. 이는 1천만의 슬픔을 이용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자는 의도로 풀이되며 민족을 배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빌미로 우리 정부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사일·쌀·비료 등등 국내외적으로 불거지는 문제는 이산가족과 연관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함께 연계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교묘히 당근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우리 형제자매와 부모의 슬픔을 외면하지 말고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우리 형제자매들의 머리에 내리는 서리가 정체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말한 한 촌로의 말처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한맺힌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북한이 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더이상 민족의 슬픔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면회소 설치와 고령자를 위한 조건없는 만남 추진 등 현안 문제를 한국 정부와 충분한 대화 채널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민족의 염원이자 소망인 통일을 앞당기는 초석이 된다는 것을 북한은 잊지말아야 될 것이다.

이제 열쇠는 북한에게 넘겨졌다. 아니 언제나 그렇듯 항상 쥐고 있었다. 1천만의 슬픔을 볼모로 피눈물을 흘리는 민족의 아픔을 흔들지 말고 좀더 전향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비록 영원한 만남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우리 형제자매와 부모들의 굵은 주름이 이내 펴질 것이다.

/우 춘 환(전 경기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