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게일(Gale)사. 송도국제도시의 명운을 틀어 쥔 회사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의 행보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자유구역청과의 마찰도 끊임없다. 그 이유는 게일사가 앞세운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가 계약한 내용과 계획들이 거의 이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합의안에서 약속한 11억달러유치 실적은 전무하다. 수조원의 분양가와 함께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송도에 그동안 게일사가 투자한 돈은 작은 건물 한채값에 불과한 150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NSC를 내세워 파트너인 포스코건설과 함께 아파트와 주상복합 분양건설에 집중해왔다. 그 덕택일까. 송도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인천도 부동산투기라는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갔다.

현재 인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중인 183개 지역의 `인천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에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송도에서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매진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이미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한 대박의 꿈에 젖어 있다. 동네마다 내걸린 현수막은 이미 수많은 지역의 땅값이 터무니 없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표다. 그러나 인천의 낡은 아파트와 동네를 돌아 보면서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후 다가 올 후유증이다.

그러나 정작 아파트가격 폭등의 진원지인 송도국제도시는 이름에 걸맞는 시설들이 구체화되고 있지 못하다. 참다못한 인천시가 계약이행을 촉구하면서 관련 행정절차를 보류시키고 있다. 그러자 게일사는 새로운 연계(Linkage)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송도국제업무단지내 일부 주거시설 용지의 시공권을 국내 건설사에 주고, 업무 및 상업시설을 개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 건설사에게 공사를 주고, 예상되는 기대이익부분을 미리 받아 업무시설의 공사비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약속한 외국의 직접투자(FDI)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국내의 부동산 중개업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더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송도업무단지의 목표를 왜곡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주거용지 개발권은 외국인 투자와 국제업무시설 등에 관련한 시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지원 및 수익 보장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새로운 전략인 것처럼 제시하는 철면피한 행동에 아연할 따름이다.

이제 짝사랑은 끝났다. 새로운 희망을 갖기 위해서도 게일사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얼마나 더 굴욕적인 상황을 겪고 나서야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점을 후회할 것인가. 8월초 게일사가 보내올 또 한 장의 복사판 레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그보다 게일사와 NSC 그리고 포스코건설 등이 아파트나 주상복합 분양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익 내역을 공개할 때다. 물론 이번 연계 프로그램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송도에 대한 성공가능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포스코의 참여에 대한 신뢰와 직접 연관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포스코 또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무릇 기업이든 행정이든 사람이든 그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그런데도 게일사 등은 송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규범적 신뢰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게일사가 이제 인천에서 떠날 때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외자유치의 참여대상으로 거론한 J.P 모건도 어차피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투기자본에 불과하다. IMF와 투기자본에 의해 고통 받았던 우리들이 지금도 그들의 몸짓과 정책에 매달리는 현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들은 얼마가 더 지나야 그들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을까. 왜 송도가 외국투기자본과 이에 편승한 일부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이익을 독점적으로 보장해 주는 곳이 돼야 하는가. 무슨 이유로 게일사의 이익이 인천시민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하는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분노를 헤아릴 때다.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지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김 민 배(인하대 법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