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지역이 27일 또 다시 물에 잠겼다. 이 지역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21.5㎜. 오전 10시부터 집중호우로 물이 차기 시작한 검암동 159 일대 한들마을 미나리 농장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지난 수해때 처럼 깊게 잠기지는 않았지만 미나리잎 끝이 검게 타고 있어 수확하기 어렵다는 게 농장 주인 이진선씨의 말이다.
 이씨는 “미나리 출하요? 이젠 손을 놓았습니다. 반파된 것이라도 건져보려 했지만 양도 적고 가격도 제대로 받기 어려워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지요”라며 연이은 폭우에 한숨을 지었다. 경인운하와 굴포천 공사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는 이씨는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한 원인 규명도 모색중이다.


 지대가 낮아 상습침수지역으로 꼽히는 마전동도 폭우로 잠겼다. 완정 삼거리에서 늑내골로 이어지는 도로가 또 다시 침수됐고 693 S모텔 앞에는 토사유출로 큰 불편을 겪었다. 늑내골로 가는 도로를 끼고 있는 폐기물재활용처리업체 만물리사이클링(주)는 공장부지가 배수로로 변했다.
 앞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배수관을 역류하면서 2천여평에 달하는 공장부지의 허리를 관통한 것이다. 물이 나가면서 폐지도 쓸려나가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장입구 바닥에 설치된 대형 계근대(폐지차량의 무게를 재는 저울)은 이날 하룻동안 세번이나 물이 차 하루종일 펌프신세를 졌다. 정진식 사장은 “5년동안 공장을 운영해 왔지만 공장안을 휩쓸고 나가기는 올해가 처음”이라면서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200여m 떨어진 명문가구 앞 도로도 물이 차면서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오후에 포클레인 2대가 동원, 물길을 터주면서 비로소 차량 통행금지가 풀렸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2년전 복개천 공사가 시작되면서 부터 이 도로는 상습침수 구역으로 변해 비가 오면 이 지역은 레커차의 짭짤한 수입구역이 된다”고 비꼬았다.
 서구가 집계한 피해상황은 오후 7시 현재 26건. 지난 집중호우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일부 피해지역의 경우 위에서 보듯 복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또 다시 폭우를 만나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구는 지난 폭우때 총 327건의 피해가 발생해 정부로부터 6천100여만원의 복구지원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