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도시의 얼굴로 지역사회의 대명사처럼 제역할과 기능을 담보하던 도심이 이제는 신개발 지역에 선호도가 밀려 다양한 골칫거리(?)를 야기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전성기가 있듯이 우리가 사는 도시도 예외가 아니어서인가?

지역 중심의 대명사로 명동, 광복동, 중앙동, 충장로 등을 떠올리지만 그 무게중심이 지역별 새로운 도심축으로 많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이들 지역의 중심기능이 이전함으로써 인구가 이동하고 구도심 경제여건이 쇠퇴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썰렁해진 지역분위기는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생활양식과 의식수준 향상이 도시생활의 변화를 초래하였으며 이러한 변화요구는 신도심에서 보다 용이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즉 보다 넓은 주거공간과 도로, 공원, 학교, 편익시설이 갖춰진 주변여건을 좇아 많은 사람이 신도심으로 이주하고 있으며 점차 일터들도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여서 구도심의 공동화는 날로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심이 구도심을 구축하는가? 이러한 경향은 결국 새로운 시가지를 추가로 필요로 하여 도시의 교외확산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는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급속한 인구증가를 수용하기 급급한 도시건설이 주를 이루어 질적인 고려가 현저하게 부족한 도심을 형성했다.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현재의 도심으로서는 그 역할이나 능력이 크게 부족한 점이 사실이다. 과거 산업사회의 경제성장 중추기능을 담당해온 원도심은 기반시설 및 건축물의 노후가 가속화되었고 이러한 물리적 환경악화는 다시 도심경제를 더욱 쇠퇴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양적으로 급속하게 팽창한 우리 구도심이 질적으로 체계적 성장을 거듭해온 선진국의 중추도시와 겨루기에는 한계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주요 도시 중추기능은 새롭게 조성된 신시가지로 하나 둘 이전하고 있다. 과연 새롭고 훌륭한 도시는 교외지역에 조성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제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 중추도시들의 구시가지 재편이 절실해 졌다. 구도심에 과거와 같이 매력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도심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주민 삶의 질을 회복하기 위한 포괄적 원도심 재생사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신시가지 개발수요를 구도심에서 흡수함으로써 외연적 도시확산을 완화하고 구도심과 신도심간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안이다.

최근 원도심을 옛명성에 걸맞게 복원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운 제약여건 때문에 현실은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재생의 필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으며 실행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구도심 주요 기능을 담당하던 전통적 도시산업 대신 IT, R&D 등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과거의 경제활동 중심축을 되살리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하며 이는 일자리와 가까운 주거공간도 유치할 수 있게 한다. 결국 도심내 주거공간 확보는 기타 복합도시기능을 유발하는 연쇄작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일부 도심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 또는 뉴타운 조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는 주거기능 위주의 부분적인 도심재생사업으로서 한계가 있다. 지역 중심의 역할을 하던 세계 여러 유명도시중심가가 슬럼화를 거쳐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하는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서 우리 도시들이 가야할 방향에 참고할 수 있다.

결론은 구도심 전체를 통합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도시 기능 전체를 회복하는 사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도시 외곽에서 체계적 계획으로 조성되는 신도시처럼 구도심의 재건도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주택사업자 위주의 도심재생을 총괄사업 관리자를 통해 종합적인 도시복원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 주 열(한국토지공사 신도시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