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힘(力)들이 산재해 있다.

하늘의 힘인 천력(天力)과 신력(神力), 땅의 힘(地力), 물과 바다의 힘, 전기의 힘(電力), 에너지의 힘(動力), 군사력, 사람의 힘인 인력(人力), 체력, 뇌력(腦力)등 수를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밖에 국민이 뜻을 모아서 만든 권력중에서 가장 막강한 것으로 정치권력이 있다.

하지만 하늘의 힘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힘들은 일정한 수명(壽命)과 한도를 지니고 있다. 즉 시간·세월이 지나거나 자주 사용하고 남용하면 힘은 소진되고 만다.

정치권력(정권) 역시 일정한 시한을 갖고 있으며 권한은 언제나 겸손하게 행사해야 하며 결코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다른 민주국가들 처럼 우리나라도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에게 헌법상 중요하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선전포고 및 강화권, 국군통수권, 재정·경제처분권, 긴급명령권, 계엄권, 국무총리·국무위원등 공무원임면권, 사면권, 영예수여권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행사돼서는 안된다. 국가의 안전 및 발전등 국익과 다수 국민의 이해와 여론에 합치될 경우에만 발동돼야 한다.

이는 발동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케 되고 총리·감사원장·국무위원등도 임명전 국회청문회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곧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 요인이기 때문이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보편적인 다수의견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아랑곳 없이 일요일 낮 청와대에서 있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수뇌부간의 오찬간담회는 여당과 청와대간의 한판 힘겨루기를 연상케 했다.

모임의 배경은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왼팔격인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여야와 언론이 논문표절등을 내세워 낙마시킨데 이어 오른팔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내정에 더이상 밀릴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문 전수석의 내정반대를 공언한 여당은 임명을 강행할 경우 당은 더욱 고립화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동석한 것이다.

이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여당은 권력투쟁하듯 나를 몰아 붙일 수 있는가” “장관임명은 대통령의 최후의 고유권한이다”라고 불쾌한 심기를 피력했고 여당측은 “지방선거참패후 당은 절박한 위기의식속에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인사에 대해 여론을 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고 강변했다.

이때 노 대통령이 꺼낸 비장의 보도(寶刀), 즉 “탈당하지 않고 임기후에도 백의종군하겠다. 우리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 당밖에서 선장을 데려 올 수 있다”는 언급은 우리당 지도부를 긴장시켰다. 결국 양자는 장관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당·청·정간의 고위대화기구를 갖는 선에서 마찰을 봉합했다.

노 대통령은 식물대통령, 허수아비대통령을 모면하기 위해 고유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여당은 유시민 장관, 김병준 부총리임명 파동때처럼 반대를 외치다 백기(白旗)를 들고 말았다.

필자는 장관인사가 대통령의 독자권한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이해와 동의가 있을때 권한행사는 값지고 빛나는 것이지 독단적으로 하게될 경우 인사권 남용 논란과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당장 국민의 관심은 노 대통령이 문재인 법무카드를 단행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필자는 문재인 카드를 접고 투명하고 중립적인 법무·검찰행정을 관장할 유능한 인재를 폭넓게 고를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문카드를 쓸 경우 인사파동은 재연될게 분명하다. 해야할 일은 산적하고 시간은 적은 상황에서 권력·정권의 힘을 인사 파동으로, 당·청 갈등으로 소진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인사는 국민의 뜻에 의해 대통령이 행하는 것이다. 코드인사는 퇴장시켜야 한다.

/이 성 춘(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