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름을 다시 짓는 경우가 있다. 이름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부르기 민망해 제대로 사회 생활하기가 곤란할 때다. 굳이 좋은 이름을 바꾸는 사람은 없다.

이미 `인천국제공항'은 5년동안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에게 인식돼 왔다. 더욱이 인천국제공항은 짧은 역사속에서도 세계 유수의 공항을 제치고 품질이나 서비스·시설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당시 외국 손님을 접대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입에서 `인천'이란 단어가 흘러 나올 때, 공항 이름에서 오는 위력을 새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공항 이름이 아니었더라면 `인천'이란 지명조차 제대로 알 수 있었을까. 바깥 세상으로 나가보면 외국인이 한국의 도시중 기껏 알고 있는 것은 `서울' 정도다.

이제는 `지방화가 세계화'인 시대다. 아직 세계인에게 알려야 할 우리나라 도시가 많다. 여러 지방도시가 세계속으로 뻗어 나갈 때 국력은 크게 신장된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항상 시대의 격변기에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첫 관문의 역할을 해왔다. 항만과 철도가 그랬고 이제는 항공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인천은 그 역할을 언제나 그랬듯이 잘 수행해 오고 있다.

지금도 많은 외국인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기내에서 입국 서류에 도착 공항명을 영어로 `인천' 또는 `ICN'(인천을 뜻하는 영어 약어)으로 기입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1년간 2천600만명이 이용해 세계 공항중 최다 이용객수 10위를 기록했다.

세계속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름을 놓고 다시 짓자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혼란을 주는 일밖에는 없다.

전세계 대부분의 공항은 부르기 쉽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항이 들어선 지역의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공식적인 공항 명칭에도 국제적인 룰(Rule)이 있다. 공항 명칭은 도시명과 공항명으로 이뤄진다. 그러면 현재의 인천국제공항도 정식 명칭은 `서울인천국제공항'이 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내에서 안내 방송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세종까지 덧붙여 `서울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불려질 때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참으로 복잡하고 부르기 힘든 공항 명칭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홍콩국제공항도 초기 `홍콩첵랍콕공항' 명칭에서 오히려 첵랍콕을 뺐다. 이는 공항 명칭을 부르기 쉽게 단순화해 홍콩의 지명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할때 자연스럽게 지명을 댄다. 방콕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 굳이 타일랜드에 간다고 하지 않는다. 영국보다는 런던, 프랑스보다는 파리에 간다고 한다. 지구촌 시대에는 도시명의 인지도가 국가명을 능가하고 있다.

공항 명칭이 국가에 미치는 경제적 실익과 인천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국민들이 잘 헤아려 줄 것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한다. 인천국제공항이란 브랜드를 이제는 인천시민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자랑하는 국제적 브랜드로 키워 나가자.

/박 창 규(인천광역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