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 교육부총리가 될 것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취임한 제7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그러나 교수시절 자신의 논문을 둘러싼 표절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채 취임한지 불과 18일만인 지난 7일 낙마하는 불행한 부총리가 되고 말았다.
7일 오후 늦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6층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김 전 부총리의 이임식이 열렸다. 회색양복에 자주색 타이를 맨채 다소 억색한 웃음을 띠고 이임식장에 들어선 김 전 부총리는 자신이 직접 준비했다는 A4용지 2장 분량의 이임사를 읽어내려갔다. 제목은 `꿈으로 끝난 꿈'으로 조기사퇴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곳곳에서 토로했다.
우선 교육부총리로서 무엇보다 교육정책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다며 하고 싶었던 교육 정책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자신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소외도 밝혔다.
스스로 더욱 엄격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작은 티끌 하나도 큰 과녁이 될수 있음을 절감했다고 피력했다. 언론과 국회교육위에서 제기된 문제를 작은 티끌에 비유한 것이다.
각종 의혹을 연일 제기한 언론에 대해선 가시돋힌 말을 전했다. 특히 일부 특정 언론이 주도한 이번 일은 우리 언론사에 있어 부끄러운 부분의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제자논문 표절논란에서 시작돼 논문 중복게재, 연구비 이중수령, 국회교육위원회에서의 위증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해온 언론이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할 당사자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의표명 직후 “근거없는 보도를 한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또 “정치에는 목적과 방향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는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녹아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이와 다소 거리가 있다”며 정치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김 전 부총리는 자택 공부방에 사진이 걸려 있는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자신을 빗대어 이야기했다. 그는 “존 F 케네디의 사진을 통해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린 `변화와 개혁의 꿈'을 본다”고 했다.
이어 “정말 (부총리 직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채 한걸음 옮기기도 전에 `박제'가 돼 버린 꿈과 계획을 떠올려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꿈은 인적자원관리체제 혁신, 산학 협력, 한국교육 체질개선, 전 국민의 영어능력 향상, 교원평가·성과급 등 현안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었다고 소개했다.
“저는 이번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제가 겪었던 일을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그 혼란속에서도 여러분과 간간이 나눴던 변화와 혁신의 이야기들, 그리고 `박제'가 돼 제 가슴속에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될 꿈은 오히려 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혼란을 끼쳐 드린 것에 깊이 고개숙이며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10여분간 진행된 이임식을 마친 김 전 부총리는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 형 권(정치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