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던 고려인들이 소련 붕괴이후 연해주로 다시 돌아오자 동북아평화연대가 지원단체의 후원을 받아 `우정마을'을 만들어 고려인들의 정착을 도왔다. `우정마을'은 고려인들의 정착을 도우기 위해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 등 여러가지의 실험적인 농업이 진행중이다. /러시아 연해주=한영호기자·hanyh@kyeongin.com
 '얼지 않는 항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우수리스크시(市). 이곳에서 버스로 1시간여를 달리면 미하일로프카군(郡) 너른 벌판 한 켠에 `우정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로 들어서면 좁은 비포장 도로를 사이로 붉은색 지붕의 단독주택 30여채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모양새만 봐서는 영락없는 한국의 한적한 시골마을이나 다름없다.


 우정마을은 과거 일제시대때 징용·징집을 피해 연해주 지역으로 갔다가 다시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던 고려인들이 지난 2001년부터 연해주로 `귀환'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우정마을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에는 무엇보다 2년전부터 함께 하기 시작한 동북아평화연대 소속 자원봉사자 10여명의 도움이 크다.
 맨손으로 건너온 고려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집과 밭 등 농업 기반 시설을 마련해 주는 한편 행정적인 처리절차도 봉사자들이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또 한국 시민단체으로부터의 지원금 모집도 이들 몫이다.


 “4만명의 고려인들이 보따리 하나만 들고 할머니·할아버지들의 고향이었던 연해주로 쫓겨나다시피 이주해 오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주인영(45·여)씨.
 2년 전부터 우정마을의 운영을 돕고 있는 주씨는 “60여년전 강제로 이주됐던 선조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그 후손들의 정착을 위해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정마을은 당초 부지 120㏊를 확보한다는 계획아래 이주·정착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이주민들에 밀리면서 부지규모도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당초 100여가구 이상을 목표로 했던 우정마을은 한국내 지원단체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려인들의 귀환이 주춤거리고 있다.
 아예 지난해부터는 이곳 주민들이 일궈낸 콩으로 전통 청국장을 만들어 한국에 내다 팔아 정착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자원봉사자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비록 한국에서 자란 콩은 아니지만 고려인들이 할머니·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옛날 전통 방식' 그대로 빚어낸 청국장이라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우정마을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김현동(44) 사무처장은 “`청국장 만들기'는 이주민 정착을 위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 고려인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더 발전해 마을 입구 야채 및 청과물 시장이 활발해지고 빨간 기와지붕이 이 지역의 명물이 되기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