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침략으로 부터 국권을 회복한지 61주년이 되는 광복절이다. 8·15에 대한 각 나라의 관점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종전, 중국은 승전, 우리는 광복이라 부른다. 이는 8·15를 자기 나라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본은 자기 나라의 패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에 초점을 맞춰 8·15를 승전일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光復)절이다. 광복, 다시 빛을 찾았다는 의미다. 즉 대한민국 관점에서 보면 일제 강점기하에서는 빛을 잃은 암흑기에 살았다는 것이다. 빛이 없는 암흑기때 우리의 선열들은 빛을 되찾기 위해 일신의 안일함을 다 버리고 풍찬노숙(風餐露宿)과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으며 중국·일본·연해주·러시아·하와이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이 땅에 광복, 자주 독립의 감격을 맛보았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고려인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이 방송을 관심있게 지켜본 이유는 몇해 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 8·15 광복절 기념식을 하기 위해서 정부 대표 자격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고려인회가 주관하고 국가보훈처가 후원하는 행사로 고려인 1~3세 등 후손들이 하바로프스크 군인극장을 가득 메운채 광복절 기념식이 열렸는데 러시아 당국에서는 문화국장을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한국공연단이 준비한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 내용을 담은 연극을 보여 주었는데 환호와 갈채를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우리 고려인들이 겪었던 나라 잃은 설움을 극화하여 그들에게 한민족으로서 동질감을 체감하게 하고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 그 자체를 표현했기에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러시아로 건너간 조선인들은 황무지를 개간하여 겨우 정착할 즈음인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으며, 이주 도중 수많은 한인들이 질병으로 죽어간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 애환을 방송을 통해 보았을 때, 그때 러시아를 방문한 기억이 함께 떠올려졌다.
광복 61주년인 올해에는 묻혀진 독립유공자를 발굴, 포상하는 독립운동사 재정립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국민과 함께하는 각종 보훈행사와 보훈의 상징인 `나라사랑 큰 나무' 심기 운동, 그리고 해외 보훈사업의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둬 추진하고 있다. 광복 61주년을 맞았다. 국민 모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한번 냉철히 살펴보고, 언제 어디서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국가 공동체 정신을 길러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 이는 제2의 광복인 대한민국의 영광된 통일의 길로 가는데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혁신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조금 더 참고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사회는 진화하고,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현실에 안주하면 우리의 후세가 불행해 질 수 있다. 그러기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혁신은 반드시 이뤄야하나 백년대계를 위해 꼼꼼히 따질 것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눈을 감은 자는 현재에 장님이 된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광복 61주년을 맞아 과거에 눈을 감은 민족이 아니라 부릅뜬 두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되 오늘의 당면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자주독립 국가의 탄생을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가신 애국선열의 뜻을 되살려 오늘의 당면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선열들의 애국 향기가 광복 61주년을 맞는 이 아침에 온 누리에 퍼지리라 믿어본다.
/노 영 구(수원보훈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