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보, 대안은 없는가'.
 최근 진보세력의 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진보 위기론은 수구세력이나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만 불거지는 것이 아니라 진보 진영 안에서부터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때 한국 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만든 책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시대의창 刊)은 이런 진보세력의 위기는 대안이 없다고 비판만 하는 진보세력에게 실천 가능한 정책적 대안의 생산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위기상황이 `비판'만 있지 `대안'은 없다는 `콘텐츠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콘텐츠 부족'은 실현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금방 극복될 수 있으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진보세력의 현주소와 과제를 냉철히 돌아보고 나아갈 좌표를 새롭게 상정해야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생활인이 참여하는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2월 출범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펴낸 선언문의 성격이 짙다. 이른바 ‘386세대’의 동력을 주된 활동기반으로 하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미래 좌표에 ‘깃발’을 꽂았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문주, 김병권, 박세길, 손석춘, 정명수, 정희용은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는 주장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안이 없다는 절망을 단연코 거부한다.
 특히 이들은 한·미 FTA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대세라는 주장에 허와 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딴지를 걸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통일민족경제'와 `국민직접정치 강화'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저자들은 통일민족경제가 `경제규모·내수시장 확대' `석유 등 자원·에너지 확보' `군사비의 생산적 재배치' `동아시아 허브로서의 지정학적 우월성 복원' 등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진단한다.
 또 `직접민주주의 강화'의 대안으로 국민투표권·국민소환권·국민발안권의 확대를 제안한다.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언제든 국민의 의사에 반하면 교체할 수 있고 국민의 의견을 항시 경청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헌법을 개정해 국민 2만~3만명 당 의원 한사람씩 선출해 국민소환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국민의회'라는 새로운 의회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실천 가능한 제안들을 각론까지 세세히 살펴보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판을 상상하고 있다.
 이런 그들의 상상력은 저자뿐만 아니라 생활인 모두가 꿈꿀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꿈꾸면 그건 상상이지만 여러 사람이 꿈꾸면 그건 현실이 된다는 멘트가 새삼 뇌리에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