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인천 유나이티드)여 부활하라!'
소낙비 한번 없이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리에 목말라하는 인천팬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시원한 1승을 선사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6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호남대를 2-1로 물리치고 팀 창단후 처음으로 FA컵 4강에 진출, 팬들의 승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비록 대학팀이었지만 이 날의 승리는 올시즌 홈경기 12경기 연속 무승의 굴레를 벗겨준 것이었다.
팬들이 이토록 FA컵 4강 진출에 환호하는 이면에는 참담했던 2006 시즌 전반기 인천의 행보가 존재한다. 인천은 3월15일 홈개막전에서 경남FC를 3-1로 꺾은 이후 12경기 연속 홈경기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면서 정규리그 전반기 13경기에서 승점 14(2승 8무 3패)로 14개팀중 10위에 올라있다. 또 지난달 29일에 끝난 2006 삼성하우젠컵 대회에서는 13경기 승점 7(1승 4무 8패)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급기야 서포터스도 화났다. K-리그 최고 서포터스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천 서포터스들은 지난달 19일 컵대회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인천이 시종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0-1로 패한 후 선수들에게 `정신차려, 인천'을 외쳤다. 이러한 성적 부진은 관중감소로 이어져 경기당 1만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지난 시즌의 정규리그 통합 우승 후 플레이오프를 통해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고 K-리그 관중 동원 1위(총관중 31만6591명, 평균관중 2만4353명)에 오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축구팬 김정태(32·남동구 만수동)씨는 “요즘 인천 경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며 “작년 쉽게 지지 않는 팀이었던 인천이 패기와 하고자하는 의지력의 실종으로 쉽게 지는 팀으로 전락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올시즌 경기를 거듭할록 인천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인천이 지난해 창단 2년만에 프로축구 K-리그에서 전-후기 통합 1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조직력이었다. 특별한 스타플레이어나 국가대표 한 명 없었지만 인천 선수들 모두 많이 뛰면서 조직력으로 개인 기량의 부족을 메웠고, 여기에 장외룡 감독의 상대팀 전력 분석에 따른 `맞춤형 전술'이 결합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팬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다.
인천의 올 해 조직력이 와해된데는 지난 시즌 주축선수들의 이탈 또는 늦은 훈련 합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비진에서 뛰어난 스피드와 제공권 장악으로 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정수가 수원으로 이적했고 또 조직력의 중심인 미들진영의 전재호가 어깨부상으로 컵대회까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다 서동원이 재계약 문제로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못해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제 역할을 못하더니 성남으로 이적했고 아기치마저 계약 연장여부로 지난해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채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인천은 지난 6월 월드컵 휴식기 때, 가평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비록 최하위에 그쳤지만 FA컵에서는 신진 선수들을 대거기용해 주전과 비주전간의 격차도 상당부분 줄였다. 또한 지난달 미드필더 서동원과 공격수 셀미르를 성남과 전남으로 트레이드해 현금을 축적해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대표인 바조와 드라간을 긴급 수혈했다. 그로 인해 최전방에 라돈치치, 우측에 바조, 공격형 미드필더에 김치우, 수비형 미드필더에 드라간을 포진시키는 전형을 구축했다. 이 전형은 그간 지적돼 오던 골결정력 부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이 전형은 드라간이 첫 출장한 지난 12일 호남대와의 FA컵 8강전에서 본격 가동되며 위력을 떨쳤고, `대학 돌풍'을 이어오며 8강에 진출한 호남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인천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2006 시즌 전반기 바닥을 친 인천은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인천은 2006 정규리그에서 10위(승점 14)에 머물고 있지만, 1위 성남만이 승점 32로 독주체제를 갖췄을 뿐 2위 포항(승점 22), 3위 대전(승점 19), 4위 서울(승점 16)은 모두 사정권에 들어있다. 즉 서울과 승점차가 2점차이기 때문에 한게임 승패에 따라 뒤집을 수 있고 대전은 2게임, 포항은 3게임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추월이 가능하다. 특히 게임수가 적은 K-리그에서는 후기 시작 초반 한두게임 성적에 따라 상위권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고 반대로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인천의 후반기 약진에 따라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점은 큰 희망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해낸다!
대도약을 노리는 후기리그에서 인천에게 변화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변화를 통한 팀의 재정비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팀의 변화와 재정비의 핵심은 바로 선수들이다. 인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새로운 용병 드라간과 바조의 영입이다. 또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부상선수들이 속속 복귀했다.
후기리그 대반격의 시동을 건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기대되고 주목할만한 선수가 ‘마케도니아 특급’ 바조다.
바조는 지난달 26일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포항 원정경기와 호남대와 FA컵 8강전에서 순간 스피드와 간결한 볼처리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볼을 지닌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다녀 인천 팬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천의 새로운 중원 사령관을 맡은 드라간 역시 홈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호남대와의 경기에서 세르비아 월드컵 대표 출신답게 풍부한 경기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야와 한박자 빠른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 인천의 허리를 두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들어 컵대회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김치우는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좌우 윙백과 주고받는 패스를 자주 선보이며 수비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수행했다. 특히 호남대와 경기에서 통렬한 25m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는 등 포항전에 이은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려 새로운 보직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보여줬다. 최효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도 ‘2년차 징크스는 없다’며 기복 없는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호남대와 FA컵 8강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 한건씩 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 인천의 왼쪽 공격을 이끌었던 미드필더 전재호가 오랜 부상에서 돌아왔다. 특유의 체력을 앞세워 쉴새없이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전재호의 복귀로 오른쪽의 최효진과 좌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상헌, 김한원 등 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선수들도 재활훈련을 마치고 몸 상태를 끌어올려 출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인천의 선수들중 후기리그에 가장 큰 활약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바로 ‘12번째 선수’인 서포터스를 포함한 홈팬들이다. FA컵 4강 진출을 계기로 후기리그 대도약을 노리는 인천의 ‘푸른 전사’들에게 가장 큰 에너지는 서포터스와 홈팬들의 지속적인 성원이다.
지난해 인천이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서포터스와 인천 시민들이 후기리그 들어 보다 큰 힘을 모아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