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결성된 남성듀오 듀크(김석민 35, 김지훈 32)만큼 짧은 시간 정상과 바닥을 넘나든 그룹이 있을까.
전성기는 2000년 11월 발표한 2집 타이틀곡 '파티 투나잇(Party Tonight)' 활동 당시. 이후 3년간 H.O.T, 젝스키스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는 이들은 소속사 이전과 함께 2004년 발표한 노출을 콘셉트로 한 4집 '포르노그라피'로 인기는 바닥을 쳤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봄 김지훈의 마약 사건까지 겹쳤다.
4집 이후 2년이 흘러 이들은 전성기 시절 함께 일했던 김남형 대표(GF엔터테인먼트)와 다시 손잡고 첫 번째 싱글 음반 '더 리버스 오브 듀크(THE REBIRTH OF DUKE)'를 발표했다. 듀크의 '부활'을 뜻한다.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 듀크와 서울 삼청동에서 마주했다. 허리가 잘록할 정도로 말라있는 두 남자.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살을 좀 뺐단다. '스타의 빛과 그림자'를 경험한 이들이 새 음반을 내기까진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려고 했죠
이번 음반의 작곡 및 프로듀서를 맡은 김석민은 "(김)지훈이가 가수를 안 하겠다더라. '형 다른 멤버 영입해서 새로 출발하라'고 했다. 하지만 같이 시작했으니 끝도 함께 맺자고 설득했다"며 운을 뗐다.
"그때 지훈이랑 약속했어요. 제가 재능이 많진 않지만 10%의 재능과 90%의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면 90%의 노력을 발휘해보겠다고요. 남한테 쓰레기라고 욕먹지 않을 좋은 음반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이제 우린 안 될 것 같다'는 지훈이의 말이 제게 오기를 갖게 했고 채찍이 됐습니다."(김석민)
"2년간 여러 분야의 선배들을 만나며 인생을 배웠다"는 김지훈은 "불미스런 일을 겪으며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가수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며 "사업을 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게 여의치 않으면 밤 무대에서 통기타를 들고 마음 편하게 노래하며 살고 싶었다. 다시 활동한다 해도 된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2년간 쉬면서 사람이 됐다는 두 멤버는 스타, 인기에 대한 욕심을 버린 듯 초탈해 보였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옛날엔 협찬 제품을 받는 것도 좋았어요. 하지만 제가 소유할수록 지킬 수 없는 게 더 많아진다는 걸 깨달았죠. 가진 걸 잃은 후의 슬픔은 집착에서 나오더군요. 정상에 서고 돈을 많이 벌면 몇 년이나 지킬 수 있겠어요. 하고 싶은 음악만 하자고 생각했더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김석민)
◇돈, 인기 놓고 다툰 적 없어요
김석민과 김지훈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데뷔한 그룹 투투의 멤버로 활동하던 김지훈의 군입대로 투투는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이때 김석민이 김지훈에 이어 96년 뉴 투투를 결성하고 함께 활동하며 두 남자의 인연이 시작됐다.
현진영, 박남정과 함께 비보이 1세대인 김석민은 이태원 클럽을 주무대로 비보이와 DJ로 활동중이었다. 뉴 투투 이후 김석민은 다시 DJ로 돌아왔으나 99년 김지훈과 듀크를 결성, 가요계로 복귀했다. 듀크 멤버들의 이번 재기에 힘을 불어넣어 준 김 대표는 10대 시절부터 춤을 춘 김석민 비보이 동료의 선배로 듀크 1, 2집과 여름 스페셜 음반을 제작했다.
김석민은 "김 대표는 나와 18년 지기로 우리의 재기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며 "지훈이와도 단 한 번도 돈과 인기를 놓고 다툰 적이 없다. 전성기 때도 지훈이에게 '인기는 너 다 가지라'고 했으니까. 듀크 1집 활동 후 그때는 내가 그만두고 싶었다. DJ만 해도 수입이 좋았고 몸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서야 가수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는 듯하다. 열심히 하니까 되는 느낌이 온다"고 했다.
이 말에 김지훈은 "정말 형은 내게 늘 양보했다. 내가 나쁜 일을 했을 때도 '몸 상하니 술 마시지 마라' '훌훌 털고 일어나자'며 다독여줬다. 형은 내게 친형 이상이며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음악 산뜻하게 변화시켰죠
마음의 평정을 찾은 후 탄생한 음반 수록곡은 지금껏 듀크가 발표한 댄스곡과는 사뭇 다르다. 힙합에 뿌리를 두고 재즈, 팝, 클래식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로 전환했다.
강수지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슈퍼맨'은 슬픈 가사지만 강수지의 깨끗하고 고운 음색으로 밝게 살아난 미디엄 힙합곡. 이 노래 피처링엔 강수지 음색밖에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강수지에게 S.O.S를 쳤고 그는 "노래가 좋다"며 선뜻 응해줬다.
재즈 힙합인 '비가 니가 내가'는 비가 내릴 때마다 떠오르는 연인에 대한 추억을 담은 노래. '니가 나를 떠나고/저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그 비는 나를 적시고/내 눈엔 눈물이 흐르고~'란 랩 가사가 마음을 움직인다.
'가난한 자의 기도'는 라틴 리듬에 얹었다. '굿바이 마이 러브(Goodbye my love)'는 김지훈의 솔로 발라드곡으로 그의 고운 미성에 감정의 극대치를 담았다. '마이 웨이(My Way)'는 종합격투기 K-1으로 전향한 WBA 슈퍼패더급 전 세계챔피언 최용수에게 출정가로 선물했다.
장르의 변화 외에도 김석민은 랩, 김지훈은 보컬이란 파트 경계도 사라졌다.
"지훈이의 양해를 구해 제가 보컬에도 참여했습니다. 그간 멜로디성 랩을 쓰고 싶었지만 지훈이가 가진 영역을 침범할까 봐 시도하지 않았거든요. 바비킴 같은 창법이 좋아요. 지훈이의 양보로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향후 후배들의 음반 제작도 해보고 싶어요."(김석민)
김지훈은 "형의 이 같은 공을 알기에 무대에서도 녹음할 때 기분으로 감정을 최대한 살리려 한다"며 "오랜만의 TV 출연에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도 받았지만 적응해 가는 중이다. 라디오 출연 때는 '입신이 올랐다'는 말도 들었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또 "요즘 신세대들은 우리를 잘 모른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편하다. 그들은 선입견을 안 갖고 우릴 봐줄 것 같다"며 진지했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듀크 "인기, 미련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싱글 음반 내고 2년 만에 복귀
입력 2006-08-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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