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도 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만사가 마냥 투명해지는데도 사람의 운명을 둘러싼 속설은 줄어들기는 커녕 갈수록 늘어난다. 얼토당토 않은 점괘를 근거로 유언비어가 성행하고 이런 말들에 사람들은 혹하고 믿는 경향이 있다. 온갖 통신망이 얼키고 설켜있는 최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인데도 말이다. 이런 속설이 기승을 부리는 건 아마 남보다 나와 내자손들이 더 잘돼야한다는 마음속의 욕심 탓일 것이다.

윤달에는 유독 이런 속설들이 더욱 기승을 부려 이에 얽힌 얘기들이 많다. 윤달 출산이 나쁘다고해서 제왕절개를 해 아이를 억지로 낳는 일도 허다하다. 말띠 해 윤달에는 특히 딸의 팔자가 세다고 해 출산율마저 줄어드는 세상이다. 하지만 윤달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윤달은 예부터 `손없는 달' 또는 `무탈한 달'이라 해서 평소 꺼리는 궂은 일을 해결하는 기간이었다. 천지의 신이 인간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아 부정을 타거나 액이 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달아도 탈이 없다고 여겨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연로한 부모을 위해 수의를 장만하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다.

이처럼 윤달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부모에 대한 효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달이기도 해 그 뜻이 깊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 상술에 능한 상인들에 의해 그 의미가 심하게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윤 7월을 맞아 4천만원짜리 황제 황금수의가 시중에 등장했다고 한다. 삼베는 삭아 없어져도 순금이 남아 시신의 뼈를 황골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다. 이들의 말처럼 정말 그런지 알 수는 없다. 단지 생을 마감하면서 황금으로 몸을 감고 가는 것은 이승의 짐을 더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혹시라도 황금수의를 입을 여력이 있다면 주변의 불쌍한 이웃을 돕는 것이 더 복받을 일일 게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