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에 따른 인사 시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불똥은 `바다이야기'에 실려 대통령의 조카에게로 튀었다. 삼촌인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성인오락실·문화상품권인데 그것은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전제한뒤 “청와대가 할 일이 아니고 부처에서 할 일이지만, 그것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정책적 오류말고는 국민들한테 부끄러운 일은 없다.” 지난 13일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며칠뒤 18일 사행성 오락인 `바다이야기' 회사에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가 영업이사로 근무한 사실이 보도되자, 의혹은 `참여정부 임기말 게이트'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내용은 간략하게 정리된다. 사행성 도박게임이 국민을 도박의 바다에 빠뜨렸다는 것. 정부는 38조원에 이르는 제2의 화폐라 할 수 있는 상품권 발행을 허가했다. 전국적으로 1천400여개에 이르는 성인오락실은 주택가까지 침범했고, 중소 서민들의 가정과 직장을 파괴시키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 그 피해자의 규모를 추정할 수조차 없다는 것. 국가적 화마 속에서 게임개발업체·상품권발행업체와 오락실업자 등에 이르는 먹이사슬은 황금알을 낳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책임을 두고는 말싸움만 즐비하다. 노 대통령은 20일 “이번 건도 조사가 마무리되면 과거 게이트 의혹처럼 결국 의혹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실무정책 오류 부분만 밝혀지면, 게이트가 없다는 것이 더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점은 “(대통령의 조카 지원씨의 사건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오류”라는 대목에 찍힌다. 국무총리도 나섰다. 한명숙 총리는 22일 “문화관광부의 명백한 정책 실패로서, 실망스럽다”고 규정했다.

이후부터 전개된 논란은 마치 장난감 기차를 보는듯 하다. 유 전 차관의 경질이 대통령의 언급인 `성인오락실에 대한 정책적 오류'로, 다시 조카 지원씨와 바다이야기를 제작하고 유통한 회사 문제로, 나아가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의 무분별한 승인 공박으로, 이번에는 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원장이 IT노사모 출신이라는 것과 국회 문광위원회의 책임공방론까지 일어나는 촌극이 연출됐다.

민심은 실체적 진실과 본질을 구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인지 등 범법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문제는 본질을 관통해 받아들이는 일이다. 38조원 규모의 도박공화국 예산이 편성되고, 그 지부가 편의점 숫자보다 많은 1천400개가 성행하고, 나아가 도탄에 빠진 사람들 절대 다수가 중소 서민이라는 사실. 즉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적지않은 중소 서민들이 가정파괴와 경제파탄의 깊은 바다에 수몰됐다는 것. 그 바다의 한가운데 대통령의 조카와 청와대 홍보라인, 노사모 출신 원장 등이 분명히 서있다는 점.

노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져야할 본질과 핵심이 여기에 있다. 만약, 대통령 조카가 청와대의 충고에 따라 KT란 좋은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나라를 삼킨 `바다이야기'는 과연 가능했을까? 조카는 삼촌의 말을 무시했다. 대통령은 과연 국민에게 신뢰를 호소할 수 있을까. 키워드가 여기에 있다.

/박 춘 대(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