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연극은 디오니소스에게 바쳐지는 종교의식에서 시작됐다. 디오니소스(dionysus)는 로마 신화의 `술의 신' `다산의 신'인 바커스(Bacchus)를 상징한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1년에 4번 열리는데 장엄한 신화적 주제로 봄에 열린 제전은 비극으로, 익살스런 토속적 이야기를 주제로 겨울에 연 제전은 희극으로 발전됐다.

그리스 연극에 대한 최초의 문헌적 자료에는 BC 535년 디오니시아 도시축제의 비극 경연에서 `데스피스'가 수상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데스피스는 `주연급 배우 또는 극작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리스 연극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를 `히포크리테스'라 칭했는데, 이는 히포크리테(hypocrite)에서 나온 말이다. `a hypocrite'는 `위선자'(僞善者)란 의미다. 연극은 실제가 아닌 가상의 상황을 배우들이 본성은 숨긴채 대본에 의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같이 부르게 됐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25일 열린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또다시 강조했다.

지방분권(地方分權), 즉 자치분권(自治分權)은 중앙정부에 집중화된 통치 권능을 지방자치단체에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사무의 배분과 자치재정·자치입법 등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8월말 전국을 혼돈속에 몰아넣었던 취득·등록세율 인하와 관련한 지방세법 개정안 추진 과정을 보면서 분권과 자율을 국정의 아젠더로 설정했던 이 정부가 지방분권의 의지가 있는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부동산 거래세인 취득·등록세는 광역자치단체의 주요 재정 수입원이다. 전국 시·도 재정 수입원의 평균 49.4%를 차지한다. 도(道)단위는 70%에 달한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도세인 취득·등록세율을 각 2%로 인하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시·도의 의견 수렴은 전혀 없었다. 대신 정책 결정을 발표한 뒤 시·도 세정과장회의를 통해 결정 내용을 통보하면서 대신 세수감소분은 `종합부동산세 교부세'에서 보전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거꾸로 가는 지방분권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취득·등록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좋지만 인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고, 세수 감소에 대한 현실적인 보전대책이 논의됐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특히 정부가 세수 감소의 보전대안으로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교부세 또한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는 정부가 보유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6억원 이상의 부동산 재산세를 국가로 귀속시키는 대신 시·군·구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목적이 있는 세원이다. 그런데 시·군·구의 의견수렴도 없이 시·도의 세수감소보전에 사용한다고 하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권리찾기다.

앞에선 분권을 주창하며, 뒤에선 권한을 오히려 빼앗아 중앙집중화하는 현 정부의 표리부동에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유 재 명(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