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본협상이 6일부터 나흘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이번 협상부터는 양국이 이미 교환한 상품 개방안(양허안)과 서비스.투자.금융 개방유보안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상호 수용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양국이 교환한 분야별 개방안과 개방유보안이 서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크게 달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가 본격적인 협상의제로 다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反)FTA 정서가 만만치 않은데다  농민.시민 단체 회원들이 시애틀 원정시위까지 계획하고 있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개방.유보안 놓고 평행선
    양국은 3차 협상에 앞서 주고받은 상품과 서비스.투자.금융 분야의 개방.유보안을 통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3차 협상의 최대현안인 상품.농산물.섬유 등 3개 분야에 대해 지난달 15일 교환한 개방안은 양국의 입장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미국은 자국 농산물의 관세철폐 기간을 `즉시-2년-5년-7년-10년' 등 5단계로 나누고, 관세철폐가 유예되는 기타(민감품목 등) 항목은 아예 넣지도 않았다.

    이는 우리에게 최장 10년 내에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없애라는  우회적인 압박인 셈이다.

    반면 우리측은 농산물에 대해 `즉시-5년-10년-15년-기타' 등 5단계로 나눠 관세철폐 기간도 장기화하고 쌀 등 주요 농산물은 관세철폐를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은 섬유에 대해 `즉시-3년-5년-10년-기타'로 분류, 자국 취약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우리의 취약점인 쌀 등 농산물을 고리로 자국 섬유산업을 보호하는 주고받기를 시도하겠다는 것이어서 양국 간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한 두뇌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은 서비스.투자.금융 분야 협상에서 `공공성'이 강한  분야를  집중 공략해 우리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체국보험, 농협공제는 물론 국책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을  문제  삼을 태세인데다 통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감독.규제 및 지분제한 문제까지 시비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표적 공공분야인 의약 협상과 관련해 `건강보험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수용을 조건으로 등재 및 가격 결정 과정에 자국의 입김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은 이러한 총공세를 통해 올해 12월 5차 협상 내에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태세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회장이 최근 "한미 FTA가 올해 크리스마스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성공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 실패하면 수십년 후에나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측은 `마지노선'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시한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국간 시간싸움도 이번 협상의 관전포인트 중의 하나다.

    3차 협상은 양국이 이미 교환한 개방.유보안을 토대로 자국의 관심사항을 제시, 상대국의 개방.유보안의 개선(수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는 우리측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해 26개 부처, 13개  국책연구기관에서 218명이, 미국측에선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포함해 98명이 각각 협상에 참여한다.


    ◇ `4대 쟁점'에 주력
    정부는 3차 협상부터 밀고당기기 협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전략 분야에 대한  파상공세와 취약 분야에 대한 총력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 농산물 ▲ 의약품 ▲ 지적재산권 ▲ 자동차 등 4개 분야의  교역규모와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 이들을 4대 쟁점으로 분류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쌀 등 농산물에 대해서는 1천531개 품목(HS 10단위 기준)중 5분의 1인 284개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배제, 농산물 보호를 위한 방어막을 쳤다.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 별도 협상까지 벌였던 의약품에 대해선 선별등재  방식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정책을 애초 예정대로 연내에 확정, 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및 가격 결정 과정에 자국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선 미국 뿐만 아니라 여타 다국적 제약사들의 요구도 공평하게 감안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일단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차는 세제가 관건이다. 미국은 현재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우리나라 자동차 세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폐지 요구에 대한 내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는 게 우리측의 관측이다.

    국내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9가지인데 이중 배기량이  적용되는  것은 자동차세, 특별소비세, 지하철 공채 3종이다.

    우리측은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입저조 현상은 기술력과 경쟁력의 문제일 뿐 세제와 연관된 가격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부각, 세제 폐지는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측은 출판물 저작권을 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고 인터넷물(소프트웨어 등)의 일시적 복제.기술적 보호조치.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측은 지적재산권 문제는 한미 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교역을 벌이고 있는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 지적재산권  연장의 득실을 계량화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적재산권은 특허권 등 의약품 협상 등과 맞물려 있어 한미 FTA 협상에서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측은 전기.수도.가스 등 국민의 기초생활과 직결된 분야와 공교육, 국책은행, 중소기업의 조달사업 배타적 참여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이번 FTA  협상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