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햇살받아 탐스런 복숭아 '햇사레'

 `선키스트' 오렌지. 1893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오렌지 농부 60명이 모였다. 오렌지를 생산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중간상인들의 무자비한 가격횡포 탓에 매년 적자에 시달려 왔다. 더이상 중간상인의 횡포에 시달리지 말고 직접 판로를 개척하자며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을 만들었다. 오늘날 100억달러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선키스트' 오렌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선키스트의 성공비결은 당연히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신뢰'(Trust)였다.

 현대사회는 이미지 시대다. `브랜드 파워'를 확장하는 게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경기도가 이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장 개방,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는 경기도내 농축산물의 살길을 찾고자 지난 2000년부터 도내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모아 `브랜드' 개발을 통한 시장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370여 개에 달하는 너무나 많은 브랜드 양산으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선을 가져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브랜드 파워'를 높일 때다. 경인일보는 이에 따라 `경기농업, 브랜드 파워가 살길이다'란 시리즈를 통해 이에 대한 대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6일 용인시 E대형마트 청과 코너.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점한 4개의 복숭아 브랜드가 진열장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중 유독 소비자들의 손길을 끄는 복숭아가 바로 `햇사레'다.

E대형마트 판매담당자는 “햇사레는 다른 복숭아보다 4.5㎏ 한상자당 2천~3천원 정도 비싼데도 오히려 판매량은 1.2~1.5배나 높다”고 말한다.

지난달 31일 수원시 G백화점은 햇사레 복숭아 기획전을 펼쳤다. 1천800상자를 준비했으나 단 9시간만에 동이 났다. 이날 판매를 담당한 신경수씨는 “햇사레 복숭아는 소비자 인지도가 다른 복숭아에 비해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햇사레는 지난 2002년 이천 장호원 일대(여주, 양평 포함)와 충북 음성지역 복숭아 재배농가들이 연합해 만든 공동브랜드다. 이 지역 생산량의 80여%를 공동출하한 햇사레는 2002년 25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두배인 5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햇사레가 급성장한 데는 품질관리와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의 첫 과제인 품질관리를 위해 재배농가들이 스스로 조합(햇사레사업단)을 결성, 생산매뉴얼을 만들어 프리미엄급의 색택과 당도를 낼 수 있도록 각 농가에 기술지도 및 재배관리를 해 오고 있다. 또 친환경,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등 고품질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웰빙 제품' 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복숭아축제 개최, 대형유통업체 및 도매시장 등 직판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오늘날 복숭아 하면 `햇사레'를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브랜드 파워 육성정책도 한몫했다. 도는 지난해부터 FTA기금 113억원을 햇사레사업단에 지원, 균일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과수시설현대화와 농기계임대사업 등을 지원했다. 덕분에 지난 2003년 284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43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햇사레사업단은 대형 유통매장 등이 서로 유치하려고 하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 3만2천여㏊로는 소비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조만간 양평, 안성 등지로 복숭아 재배농가를 넓힐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는 최근 4~5년간 사과, 배 등 다른 과수작물의 재배면적이 10% 정도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